[연합시론] 이제 와서 헌재 '8인 체제' 문제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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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이제 와서 헌재 '8인 체제' 문제삼나
  • 연합뉴스
  • 승인 2017.02.27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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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변론일을 27일로 확정한 상황에서, 헌재 '8인 체제'의 공정성을 문제삼는 목소리가 자유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원유철 의원은 26일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8인 체제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이제라도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박한철 전 소장의 후임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의원은 "2014년 이정미 권한대행도 재판관 공석 상태에서 헌재 재판을 받는 것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윤상현·김진태 의원과 김문수 전 지사 등도 이런저런 경로로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1월 말 퇴임한 박한철 전 소장의 후임이 채워지지 않아 지금 헌재는 8인 체제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이 권한대행도 3월 13일 퇴임할 예정이나 후임이 제때 임명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 의원은 이틀 전 헌재 재판관의 공석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헌재의 최종변론을 코앞에 두고 뒤늦게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뜬금없다.

헌재의 대통령 측 대리인단도 최근 똑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22일 16차 변론에서 "9인 재판부 구성을 게을리 하면 탄핵심판이 재심 사유에 해당하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면서 '9인 체제'가 될 때까지 심판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시 13개 탄핵사유를 묶어 '일괄투표'한 것은 위헌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은 헌재 심리를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무리하다는 평가가 훨씬 더 많은 듯하다. 헌재도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8명의 재판관이 합의해 고지한 '27일'이 최종변론기일이며 변경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대통령 측 대리인들이 최종변론에서 재판부 공백의 위헌 가능성 등을 강하게 공격할 수 있어 또 한차례 충돌이 우려된다.

그동안 헌재 재판부는 '3월 13일 이전' 최종 결정을 거의 공식화하다시피 해 왔다. 특히 박 전 소장은 퇴임 전 마지막 변론에서 '3월 13일 이전' 결정의 당위성을 강변해 구설에 올랐다. 헌재가 '3월 13일 이전'에 너무 연연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것은 다시 봐도 부적절했다. 헌재법 22조 1항에는,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헌재 재판은 전원 재판부에서 한다고 돼 있다. 또 23조는 '재판관 7명 이상'을 심판정족수로 하고, 마지막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다만, 법률의 위헌·탄핵·정당해산·헌법소원 인용 등에 대한 결정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하도록 돼 있다. 법대로라면 대통령 탄핵심판을 7인 체제에서 심리해 결정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물론 심판의 완결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8인 체제'가 '7인 체제'보다 우위일 수 있다.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헌재의 조기 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심판 같이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중대한 사건에서, 어느 한쪽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할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진정한 '법치'의 힘은 법률의 재량적 해석을 가능한 한 배제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특히 이번과 같이 민감한 사건에선 법률의 엄격한 해석과 적용이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7인 체제는 왜 안 되는냐' 또는 '8인 체제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 같은 반대 논리를 배격할 명분이 약해진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헌재 심리를 다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재에 대한 아쉬움은 '왜 공연히' 정도이지 그 이상은 못 된다. 반면 헌재 '8인 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무엇보다 타이밍을 놓쳤다. 늦어도 너무 늦은 지금 와서 설득력을 갖기는 어렵다. 법리적으로 명분과 논거가 충분하다면 진작에 의견을 개진했어야 했다. 헌재도 더 이상 '8인 체제'에 연연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는 없다. 대신 공정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음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여곡절 끝에 종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헌재가 끝까지 공정성을 잃지 말기 바란다. 결정 후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공정성을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나중에 대리인단의 무리한 주장으로 공정성에 흠집이 생겼다고 할 수도 없다. 최종적 결정의 권한과 책임이 모두 헌재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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