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대선 후보 '끝장토론' 안 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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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선 후보 '끝장토론' 안 할 이유 없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04.0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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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원고 없이 둘만 '끝장토론'을 하자고 했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 기간이 대단히 짧다. 저를 포함한 모든 후보가 치열하게 검증받아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민주당은 즉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문 후보 선대위의 정병헌 전략기획본부장은 이튿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섯 분의 후보가 나와 있는데 두 사람만 하자는 것은, 안 후보도 성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기선제압용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또 "검증을 위한 토론조차 이렇게 기선을 제압하고, 정치적 활용을 위해 던지기식 제안을 하는 것은 정치 구태이고 정치 적폐"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아무래도 문 후보 측은 당장 응할 뜻이 없는 듯하다.

안 후보가 끝장토론을 제안한 타이밍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성급했다는 느낌을 준다. 안 후보를 마지막으로, 5자 구도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것이 바로 전날이다. 자신이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마자 선두를 달리는 문 후보에게 '양자 끝장토론'을 하자고 달려든 셈이다. 문 후보 측이, 안 될 줄 알면서 던진 카드라고 반격해도 할 말이 별로 없게 됐다. 문 후보 측도 지적했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등 나머지 후보들이 그냥 지켜볼 리도 만무하다. 최근 안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자, 여세를 몰아 문 후보와 양자 구도를 굳히자는 생각일 수 있다. 그래도 바늘허리에 실을 꿸 수는 없는 일이다. 안 후보는 갑작스러운 지지율 급등에 너무 흥분하지 말고, 발걸음이 꼬이지 않도록 신중히 처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의 제안 내용에서 '양자(두 사람)'만 빼고, 적절한 협의 과정을 거친다면 반대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5.9 대선'은 조기에 치러지는 만큼 선거 기간도 매우 짧다. 이제 정확히 32일 남았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장·단점을 꼼꼼히 파악해 '표심'을 결정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각 후보의 공약이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지도 않다. 지지율 1위인 문 후보의 경우 아들 특혜취업 의혹 등 몇 가지 민감한 검증 시비에 휘말려 있다. 일방적 주장이 맞부딪치면서 소모적인 검증 공방이 이어지면, 진실은 오간 데 없고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만 커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선거 때마다 경험해 이제 식상할 만큼 익숙해진 시나리오다. 이런 '정치 적폐'를 일거에 쓸어버리는 방법으로 'TV 끝장토론' 만한 게 없다. 자신의 정견과 비전에 자신 있는 후보라면 반대할 만한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민주당도 지난달 경선 과정에서 지상파 TV토론을 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원고에 따라 질문하고 답하는 식으로 시간을 거의 다 보냈다. 후보별 미세 검증과 비교·평가가 어려웠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안철수 후보가 '원고 없는' 토론회를 특별히 강조한 것도, 남이 써준 모범답안을 읽는 식의 김 빠진 토론은 무의미하다는 뜻일 것이다. 국민의 뇌리에는, 지난해 미국 대선 때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가 TV토론에 나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선을 앞둔 유권자들도 아마 그런 수준의 TV토론을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 국민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철저한 후보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제대로 준비된 TV토론을 보고 후보를 선택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검증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5자 구도로 이제 막 본선에 돌입한 상황이어서, 어떤 방식으로 몇 명의 후보를 추려내 몇 차례나 TV토론을 할 것인지가 까다로운 문제로 남았다. 하지만 대선 TV토론 경험이 많은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하고,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은다면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중요한 건 선거가 불과 한 달 남짓 남았다는 사실이다. 각 후보는 하루빨리 TV토론 실행 방법을 논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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