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새 정부 위기 타개, 발목 잡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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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새 정부 위기 타개, 발목 잡지 말아야
  • 연합뉴스
  • 승인 2017.05.1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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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꼭 선거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여러 후보 중 한 명만 당선되는 대선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냉혹한 승부다. 선거에 지고 나면 패배의 아픔도 쓰라리지만 뒷마무리도 간단치 않다. 선거 결과에 따른 책임론이 대두하는 게 상례고, 세력이 약한 정당은 정계 개편에 휘말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게 패자와 소속 정당들의 옹색한 처지다. 어김없이 돌아오는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년 뒤면 또 전국 단위 지방선거가 있다. 선거에 진 정당도 국정 책임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당으로서 그런 책무를 외면한다면 다음 선거는 일찌감치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9대 대선 직후 야권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은 자유한국당이다. 선거 막판에 홍준표 전 대선 후보가 단행한 '대사면'을 놓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을 이탈한 의원 12명을 복당시키고, 친박 의원들 징계를 풀어준 것이 집권 실패의 충격 속에서 뒤탈이 난 것 같다. 국민의당에선 박지원 대표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안철수 전 후보도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철수 비토론'이 들썩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전 후보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도부 개편 방향 등 당의 진로가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야권이 대선 패배를 딛고 당을 정상 궤도로 돌리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나라 사정이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화합과 소통의 메시지를 강하게 던지며 '광폭 행보'를 선보였다. 대부분 공약 사항이지만 막상 실행되는 속도와 강도를 보니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지금 문 대통령 앞에는 풀기 어려운 국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한미 동맹관계 재확인,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사드 배치 논란 해소, 경제난 타개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하지 않다. 대통령이 난마처럼 헝클어진 국정을 추스르려면 서둘러 정부와 청와대 진용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조속한 인사청문 절차를 야당들에 '정중히' 요청했다. 야권도 예의 호전적인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첫날부터 총리 인선 문제로 발목을 잡고 싶지 않다"면서 "인사청문회에서 국회와 언론이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신당 오신환 대변인은 '국민통합과 지역 안배 차원의 지명'으로 평가하고 "선입견과 편견 없이 도덕성과 국정운영 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다급해도 있는 문제를 눈감아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철저히 검증한다는 데 문제 삼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달리는 악습이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사소한 트집 잡기나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청문회장을 시끄럽게 하는 구태도 그만 버려야 한다. 특히 대선에서 잃은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는 기회로 보고 새 정부 초반부터 과도한 정치공세를 편다면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다. 지금은 국가 위기의 비상한 상황이다. 야당들도 '합리적 비판과 견제'를 기조로 삼아, 국정의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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