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권력기관 '정치로부터 독립' 반드시 지켜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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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권력기관 '정치로부터 독립' 반드시 지켜지기를
  • 연합뉴스
  • 승인 2017.05.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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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청와대 참모 인선에서 가장 돋보인 부분은 비(非) 검찰 출신의 개혁 성향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가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대부분 검사 출신이 맡았다. 평소 검찰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조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권력기관 개혁 의지를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청와대가 설명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거취에 관심이 쏠렸던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대선이 끝나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며 임기를 6개월여를 앞두고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 친인척 및 공직기강 관리와 인사 검증을 주된 업무로 하는 청와대의 핵심 참모다. 사실상 사정기관들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사정기관의 인사나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는 등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조 민정수석은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민정수석은 그 과정에서 검증만 할 뿐 인사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민정수석은 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면 안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민정수석 기용을 새 정부가 공약한 대로 검찰 조직에 손을 대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패검찰·정치검찰' 청산을 주장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공약했다.

검찰 조직은 초긴장 상태라고 한다. 김수남 총장은 새 정부가 검찰 개혁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하고, 검찰 조직에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임기제 검찰총장이 중도 퇴진하는 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의 중도 하차로 검찰에는 조직 개편과 함께 인적 쇄신 회오리가 불어닥칠 공산이 커졌다. 검찰 개혁과 인사 문제를 직접 다룰 법무부 장관에 누가 기용되느냐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엔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11기나 아래인 판사 출신의 강금실 장관이 임명되면서 검찰이 집단반발해 검찰 개혁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조 수석은 검찰 개혁과 관련해 "단순히 검찰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지만 검찰을 정권의 칼로 쓰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라고 강조했다. 이런 언급은 청와대가 민정수석을 통해 검찰 수사나 인사에 관여하는 관행을 근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의 성패는 결국 정치적 독립의 보장 여부에 달렸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다. 또 "그 어떤 권력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 행사를 하지 못하게 견제장치를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국가정보원을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게 정부 개혁의 핵심이기도 하다.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숙제가 아니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정치개입·선거개입·사찰 등을 근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역대 정부들이 정권을 잡기 전에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을 외치다가 집권 후에는 마음이 달라지는 행태를 자주 봐왔다. 지금 분위기로 봐서 새 정부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다. 새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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