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상호 존중과 배려 없이 협치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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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상호 존중과 배려 없이 협치는 어렵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05.17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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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주일 만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호남 기반 야당인 국민의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민주당 원내대표로는 3선인 개혁성향의 우원식 의원이 뽑혔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비문(비문재인)계인 우 의원과 원조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3선의 홍영표 의원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우 의원의 7표 차 신승이었다. 친문 패권 경계심과 국정 조기 안착 기대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고배를 마시고 재수 끝에 원내 사령탑에 오른 우 신임 대표는 "문 대통령이 말한 민생과 적폐 해소, 탕평으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파전으로 치러진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에선 호남 출신인 4선의 김동철 의원이 선출됐다. 여당 견제에는 강경하지만 바른정당과 통합에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어, 호남 중진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엔 방향을 제시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단호히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호남 지지율 50%, 전국 지지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같은 뿌리임을 입에 올리면서 연대 가능성을 타진해온 민주당 입장에선 냉담한 손사래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제1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자유한국당에선 '친박 청산'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한국당 초선의원 30여 명은 16일 성명을 내고, 계파 타파와 당의 외연 확장을 요구했다.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친박 청산과 홍준표 전 대선 후보의 당 대표 추대론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국당 지지율이 13%로 떨어진 것은 국민이 구 보수주의 정권 세력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한국당 내에서 '극우 정당'의 이미지를 떨쳐내려는 기류가 느껴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집단 탈당의 충격을 딛고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지킨 바른정당은 결국 '자강의 길'을 가기로 한 것 같다. 소속 의원 20명과 당협위원장 전원이 참석한 이틀간의 연찬회에서 내린 결론이다. 바른정당은 '설악결의문'을 내고 "국민만 보면서 자랑스러운 개혁보수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면서 "당헌·당규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6월까지 새 지도부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쪽에서 열심히 흘린 통합 얘기도 당분간 동력을 찾기는 어렵게 된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표인 '협치'의 전도에 새로운 야권 지형은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애써 통합과 소통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한쪽 손바닥만 갖고 소리를 내지는 못한다. 결국, 야권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갖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이 시급한 국정 현안들을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당장 24∼25일로 잡힌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 공공부문 일자리 추경예산안 등 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현안들이 즐비하다. 아쉽게도 새로 윤곽을 드러낸 야권 지형은 그다지 우호적인 것 같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에 초장부터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주는 대체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특히 총리와 청와대 진용의 '탕평 인사'가 돋보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탈 권위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업무 스타일도 많은 국민을 흐뭇하게 했다. 반면 논쟁이 뜨거웠던 국정교과서 폐지를 전격 지시한 것을 놓고는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결국, 균형과 속도 조절이 중요한 것 같다. 야당과의 협치도 상호 존중과 배려가 전제돼야 한다. 한국당에서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시리즈를 불편해한다는 말이 있다. 뒷등으로 들으면 협치 분위기를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 불편함이 쌓여 반감과 증오의 싹이 튼다. 야당들도 이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구태는 버려야 한다. 특히 심각한 국정 위기를 생각해서라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무리한 견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지 않으면 어느 당에도 밝은 미래는 없다. 진보·보수를 떠나 서로 대화가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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