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는 왜 무명의 정용운을 9년이나 기다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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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는 왜 무명의 정용운을 9년이나 기다렸나
  • 박홍순 기자
  • 승인 2017.06.13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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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의 기다림에 대한 응답이었을까?

KIA 좌완 투수 정용운(27)이 무명에서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7회까지 단 3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2실점(1자책)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과 투구수(107개)를 기록하며 인생투를 했다.

정용운의 호투를 앞세워 KIA는 6-2로 승리를 거두었다. 앞선 2경기에서 양현종과 팻딘을 내세웠지만 연패를 당했던 KIA는 기사회생하며 반게임차 선두를 유지했다.

정용운은 4일 삼성전에서도 싹쓸이 패 위기에서 5이닝 2실점 호투로 위기를 건져내더니 이날도 3연패 위기에서 반전의 투구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 KIA 정용운 투수

삼성전과는 한 차원 달라진 구위를 보였다. 그때는 2안타만 맞았으나 6개의 사사구를 기록했다. 무려 13점을 뽑는 타선의 지원 덕도 보았다. 그러나 이날은 변비 타선속에서 7회까지 버텼다. 볼넷도 3개로 줄었고 실책으로 야기된 1회 위기에서는 2실점했지만 3회 만루위기는 넘겼다. 이후는 완벽투 자체였다.

팀 타율 1위를 자랑하는 넥센 타자들은 당황했다.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직구, 좌타자에게는 슬라이더, 우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볼배합에 타이밍을 전혀 맞추지 못했다.

제대로 맞히는 정타가 몇몇에 불과했다. 185cm 키에 볼을 놓은 타점이 높아 볼끝에 힘이 있고 변화구의 떨어지는 각이 컸다. 어이없는 헛스윙이 자주 나왔다. 제구까지 잡혔으니 공략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선발투수로는 이제 2경기만 던졌다. 향후 상대팀의 분석과 대응을 넘어야하는 숙제가 남아 있어 아직 선발투수로 완전히 정착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KIA는 또 한 명의 새로운 투수를 얻은 것은 분명하다. 올해 임기영이라는 걸출한 새 얼굴을 얻은 KIA로서는 반가운 정용운의 등장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KIA는 왜 무명의 정용운을 9년이나 기다렸을까?

충암고 출신 정용운은 2009년 2차 2라운드에 뽑힌 유망주였다. 그 해 1군 4경기에 던졌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뽑혀 우승반지도 얻었다. 그러나 2010년 10경기 등판을 끝으로 2015년까지 무려 5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다. 군입대와 팔꿈치 수술과 어깨 부상 등 긴 재활기간이 있었다.

이쯤되면 스스로 포기하거나 팀이 방출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그런데도 KIA는 정용운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2016년에서야 1군에서 12경기를 던졌지만 평균 자책점 7.89에 불과했다.

실제로 야구를 포기할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구단은 계속 기회를 주었고 순간 정회열 2군 감독이 정용운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았다. 언제가는 1군에서 긴요하게 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정용운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마음이었다. 그의 구위는 분명히 통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약했다. 마운드에 오르면 불안해지고 예민해지는 마음에 제구도 흔들렸고 볼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그래서 정회열 감독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자"는 모토를 제시했고 맨투맨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갖도록 유도했다.

그 흔들리는 마음을 잡으면서 구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올해 2군 선발 4경기에서 볼넷 3개만 내주고 2승을 따냈다. 1군 콜업을 받았고 중간투수로 8경기에 등판해 단 1실점으로 호투했다. 롱릴리프고 인상적인 투구를 하자 김기태 감독은 선발투수로 발탁을 했다. 정용운은 2경기 연속 호투로 팀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포기하지 않는 9년의 기다림이 가져온 결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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