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금꽃에 무성한 잡초만 황무지된 들녘…"올해 농사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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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소금꽃에 무성한 잡초만 황무지된 들녘…"올해 농사 접었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06.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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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 탓, 영광 월평마을 간척농지 85% 올해 농사 못 해

"이런 땅에서 어떻게 벼를 키우겠습니까. 올해 농사는 접었습니다."

▲ 소금꽃이 핀 영광 월평마을 농경지

금이 쩍쩍 갈라진 논바닥에는 하얀 소금꽃이 피었고, 모가 말라죽은 자리에서는 무성한 잡초만 솟아났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 월평마을 강종의(56) 이장은 22일 소금밭으로 변한 논에서 잡초 한 포기를 뽑아서 내던지며 푸념을 내뱉었다.

바다를 접한 월평마을에는 간척지를 농경지로 일군 들녘이 105㏊ 남짓 펼쳐져 있다.

자동차를 타고 죽방길을 따라 달려보니 바닥이 드러난 저수지, 파종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대파밭, 누렇게 모가 말라죽은 논, 모내기조차 하지 못한 땅만 시야에 들어왔다.

▲ 황무지로 변한 월평마을 대파밭

25개 농가의 생계가 달린 들녘은 봄부터 이어진 극심한 가뭄에 논, 밭을 가리지 않고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강 이장은 농경지 85% 정도인 90㏊가 가뭄에 말라버렸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농경지 일부에서는 올해 두 번째 모내기가 이뤄졌지만 머지않아 모두 다른 논처럼 될 거라고 강 이장은 덧붙였다.

모를 기르는 데 필요한 물이 충분치 않은 데다 그마저도 이미 소금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강 이장은 "25년간 농군으로 살아가며 농사를 포기하기는 처음"이라며 "먹고 살 길이 갑갑하다"고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 모내기조차 못한 논. 소금 결정이 맺혀 하얗게 보인다.

그는 만약에 대비해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면서 재이앙 재직파보장, 경작불능보장 항목도 담보 조항으로 넣었다.

하지만 가뭄에 모내기를 못 하거나, 두 번 모내기한 작물마저 말라죽는 경우 이들 항목이 보장하는 보험금은 각각 가입금액의 10%와 20%뿐이다.

강 이장은 "빚 갚기조차 빠듯한 형편에 농사를 포기하는 집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재해 지역으로 선포돼 최소한의 생계 보장마저 안 된다면 모두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한탄했다.

▲ 말라죽은 모를 살펴보는 농민.

전남도는 이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으면 도내 농경지 2천㏊ 이상에서 벼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부닥칠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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