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옥 탄생 100년〉展-나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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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옥 탄생 100년〉展-나는 어디에
  • 이나윤 기자
  • 승인 2017.07.05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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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9월 17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분관 하정웅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 〈송영옥 탄생 100년〉展을 하정웅미술관에서 6일부터 9월 17일까지 개최한다.

개막행사는 오는 11일 오후5시에 열릴 예정이며, 송영옥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한 오마주로 김광철 작가의 퍼포먼스 아트 작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재일교포 예술가 송영옥이 태어난지 100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국내 최초의 송영옥의 회고전이다.

전시작품은 재일교포 하정웅 기증작품으로 구성됐으며, 현존하는 송영옥 작품이 대다수 포함됐다.

송영옥은 1917년 제주 출생으로 소학교 4학년 때 부친을 찾아 도일한 이후, 유리공장에서 일하며 주경야독하며 힘겨운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 여자마술사 1960

해방 후 조선국적에서 한국국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총련계로 분류돼 귀국선에 오르지 못했다.

이후 일본에서 거주하면서 한인에 대한 차별과 소외, 코리안 커뮤니티의 반목으로 인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주변인으로 남았으며, 극심한 빈곤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첨예한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 상황 속에서 남과 북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재일 한국인으로서 차별과 소외, 가난이라는 극한의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격변기 속에서 겪은 자기 정체성의 박탈과 가혹한 현실의 무게는 고스란히 작품에 스며들어 상처 받은 자들의 처절한 외침이나 절망적 상황에서의 몸부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 등을 주제로 다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송영옥의 작품은 사회와 민족을 주제로 한 마이너리티로서의 삶, 부조리한 한국정세를 주로 담아내고 있으며, 단순히 문제의식의 표출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겪은 고통의 무게가 작품을 통해 절절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하정웅컬렉션 송영옥의 작품은 회화 작품 총 51점으로 1958년부터 1992년까지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송영옥의 작품 대다수를 선보인다.

▲ 갈림(귀국선) 1969

특히 고국에서 열리는 송영옥의 첫 개인전이 민주·인권·평화를 상징하는 도시 광주의 하정웅미술관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송영옥은 가난으로 인해 출품한 작품을 덧칠하여 지우고, 그 위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넣기를 서너차례나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그의 작품들이 시민에게 선보이게 된 것은 하정웅컬렉션에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하정웅 명예관장이 펼친 숭고한 수집활동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전시와 함께 송영옥의 생애와 예술적 성과, 재일 1세대 작가와 미술경향을 재조명하기 위해 학술세미나(8월 17일)를 전시연계행사로 준비됐다.

김인덕(청암대 교수), 김복기(아트인컬쳐 대표·경기대 교수), 지바 시게오(前일본 츄부대학 교수·미술평론가) 등이 참석하는 학술세미나는 전시 자체가 갖는 의미와 함께 연구가 부족한 재일 디아스포라 및 재일 1세대 작가에 대한 재조명의 계기가 될 것이다.

시립미술관 조진호 관장은 "재일조선인의 설움, 남북대립에서의 고통, 현실에서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투영된 송영옥의 작품은 질곡의 현대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러한 예술인들의 시대정신이 시민들에게 삶의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전시가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사회를 바로 볼 수 있는 교훈으로 다가오기를 희망한다"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등롱띄우기 히로시마 1989

기증자 하정웅은 하정웅미술관 개관사와 기증자 특강에서 "식민지 시절 일본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살면서, 전쟁물자를 만드는데 동원되어 희생당하고 이름 없이 죽어간 수많은 동포들의 삶을 목격했다"며 "미술작품을 통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희생당하고 수난 당했던 자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수집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 "기증한 작품들은 인류의 역사를 증언하고, 소외받은 자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주제들"이라며 "많은 분들이 위로 받고 인류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 퍼져 나가길 기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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