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올여름은 여서 지내더라고~" 완도 여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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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여행] "올여름은 여서 지내더라고~" 완도 여서도
  • 연합뉴스
  • 승인 2017.07.2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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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에즈' 여서도의 매력

프랑스 남부 니스의 에즈 해변을 떠올릴 만큼 오밀조밀한 돌담길.

금세 수백 년 전에 살았던 누군가가 나와 옷깃을 부여잡고 말을 걸 것만 같은 한적한 섬.

전남 완도군의 여서도는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 "야옹∼" 여서도 고양이가 돌담길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완도에서 가는 길은 멀었다.

청산도를 거친 카페리는 청산도에서 2시간을 더 달려 승객들을 내려놓았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3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섬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섬은 금세 자욱한 안개에 둘러싸였고, 서늘한 안개가 섬을 휘감자 불볕더위도 어느 정도 누그러지는 듯 했다.

▲ 완도에서 3시간을 걸려 도착한 작은 섬 여서도

여서도는 땅끝 완도와 제주도 사이 한가운데쯤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이 작아도 너무 작지만, 매년 성수기에는 섬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우선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마치 성벽처럼 높이 올라간 돌벽을 따라 걸었다.

먼저 사람들을 반기는 것은 앙증맞은 고양이들이다.

거의 수직으로 난 돌 위를 거침없이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거듭한다.

민박집 주인아저씨는 섬 인구가 자꾸 줄어든다고 걱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돌담길을 거닐면서 만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 몇 마리 뿐이다.

▲ 몇층 높이의 돌담길이 줄지어 쌓여있는 여서도

그만큼 조용한 섬이다.

쉬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조용히 쉬다 갈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돌벽들이 생겨났을까.

어쩌면 제주도보다도 더 강한 바람이 부는 이곳 여서도에서 생존을 위해 쌓았던 돌담길이었다,

▲ 여서도 주민이 돌담길 옆에 세워진 집 평상에서 소일하고 있다.

좁디좁은 길이 불편해 주민들은 수십 년간 관청에 길을 넓혀달라고 읍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몇 주 전 주민들은 모여서 이 돌담길을 보존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불편하고 좁은 길이지만, 여서도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수백 년 그 자리를 지켜온 돌담길이었다는 것을 주민들이 깨달은 것이었다.

길이 좁으면 근본적인 불편에 시달린다.

건물 증·개축이 힘들다.

예를 들어 재래식 화장실을 수세식 화장실로 고치려 해도 산더미처럼 큰 물통을 머리 위로 지고 옮겨야 한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여서도를 그대로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한다.

무너지지 않도록 평평한 돌만을 골라 쌓은 여서도 선조들의 지혜로, 이 돌담길은 여전히 건재하다.

섬 내부에 식당이 따로 없기 때문에 민박집에서 식사를 대신 해준다.

▲ '민박집 성찬' 민박집에서는 주인아주머니의 정성스론 반찬과 금세 잡은 회가 올라온다.

우연히 옆방에 같이 앉은 사람들과 합석하게 됐는데, 알고 보니 한 명은 제주고고학연구소에서 출장을 왔고, 또 다른 한 명은 미국 오리건주에서 이 머나먼 여서도를 찾았다 한다.

어떻게 이 멀고도 먼 절해고도(絶海孤島)를 고고학자들이 찾게 됐을까.

섬 전역에는 조개무덤이 산재해 있다고 한다.

조개무덤은 대체로 신석기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멧돼지 뼈와 사슴 뼈 등이 다수 발견됐다 한다. 절해고도였긴 하지만 높은 산 덕분에 생겨난 풍부한 수량으로 살기가 꽤 괜찮은 섬이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척박하기 짝이 없는 섬으로만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섬을 둘러보니 제법 살기 괜찮았던 섬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 프랑스 남부 니스 인근의 에즈. 좁고 높은 돌담집들이 여서도와 닮아 있다.

프랑스의 에즈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예술적인 손길로 상업화한 그들과 달리 이곳은,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담벼락에 붙은 작은 담배 간판도 정겹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가게 같은 모습은 없고 물질을 마친 해녀의 잠수복만 걸려 있을 뿐이다. 그저 가정집에서 담배를 팔 뿐이다.

▲ 조용한 해변의 루프톱 텐트

섬은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들어맞는 곳이다.

그래서 낚시인들뿐만 아니라 약간의 낚시지식이 있는 초보 낚시인들도 많이 찾는다.

섬 한쪽에 루프 텐트를 편 채 캠핑과 낚시를 하는 '꾼'들도 보인다.

▲ '물 반 고기 반' 맑고 투명한 바다에서는 물고기떼가 훤히 보인다.

올여름 하릴없이 작은 섬을 어슬렁거리고 싶은 분들이라면 완도 여서도를 한번 찾아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작은 돌담 벼락을 걸으며 섬의 옛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 교통

서울에서 완도까지는 고속버스로 5시간 걸린다. 강남까지 가기 힘든 사람들은 KTX를 타고 광주 송정역에 내린 뒤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이동, 완도행 버스를 타야 한다.

여객선은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에 한편 운행한다.

오후 3시 완도항을 출항한 섬사랑 7호는 청산도와 모도 등지를 거쳐 오후 6시쯤 여서도에 도착한다. 무조건 1박을 할 수밖에 없다.

◇ 숙소

섬에는 낚시인들을 위주로 한 민박이 다수 영업하고 있다.

그러나 걸핏하면 배가 끊기기 쉬우므로 작은 텐트나 침낭 등을 준비해 가는 것도 좋다.

예약한 숙박일수를 채우고 섬을 떠나려 해도 배가 뜨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때 기존 숙박 예약자들이 낚싯배를 잡아타고 들어오면 난감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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