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아이스크림부터 군함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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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고은의 참새방앗간] 아이스크림부터 군함도까지
  • 연합뉴스
  • 승인 2017.07.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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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에 만나자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이들이 개인적으로 주변에 많다. 그런데 문제의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에서 살 수가 없다. 안 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동네 편의점에는 많다.

하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은 확 줄어든다. 가격 선택권, 신선도 선택권(아이스크림은 냉동제품이라 1~2년 전 제조된 제품도 시중 소매점에 밀어내기로 유통된다) 등에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현재 대형 극장 체인에는 '군함도'만 걸려있다. 극장에서는 "다른 작품도 있다"고 하지만 막상 보려고 하면 시간 선택권이 없는 거나 같다. '군함도'가 스크린을 전면 장악하고 있어 다른 영화는 원하는 시간에 관람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여름방학이 막 시작했는데 초등학생이 보고 싶어하는 애니메이션도 상영 시간이 별로 없다.

TV도 마찬가지다. 케이블의 '재방송 인해전술'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전파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지상파 3사도 드라마 '재방송 인해전술'에 팔을 걷어붙였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드라마를 재방송 융단폭격으로 심폐 소생하려는 것인데, 그러느라 시청자의 프로그램 선택권은 박탈된다.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지만 요즘엔 손바닥 뒤집듯 수시로 바꾼다. 수신료를 받는다는 방송사마저 '스페셜 방송'이라는, 눈가리고 아웅식 수식어를 붙여 재방송을 해댄다.

꿉꿉한 장마철, 불쾌지수를 치솟게 하는 이야기다.

콘텐츠 시대라고 떠들지만, 아직은 유통의 시대다. 플랫폼 다변화, '손안의 극장'과 주문형비디오(VOD), SNS의 성장세 등이 연일 주목받지만, 아직은 유통 파워가 콘텐츠의 힘을 압도한다. 접근성이 좋아야 잘되고, 쉽게 살 수 있어야 잘된다. 원조 과자는 유통을 못 뚫어 망하고, 짝퉁 과자는 유통을 장악해 잘되는 일이 다반사다.

대형 극장 체인들은 넷플릭스와 동시 상영을 거부하며 '옥자'를 틀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600억을 쏟아붓고 관객이 기대하는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옥자'가 국내 극장에서 고작 30만 명을 모았다는 것은 영화의 재미를 떠나 유통의 결과다.

지상파 3사가 평일 밤 기습 재방송한 드라마들은 크든 작든 본방송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효과를 봤다. 지상파가 안면 몰수하고 탱크처럼 재방송을 밀어붙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통의 장막'에 갇힌 처지를 새삼 확인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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