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허술한 계란 관리·감독 체계 신속히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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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허술한 계란 관리·감독 체계 신속히 개선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7.08.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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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대일로에 있다. 경기도 남양주와 광주, 전북 순창 등 3곳의 산란계 농장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비펜트린이 검출된 데 이어 16일에도 경기도 양주, 강원도 철원, 전남 나주, 충남 천안 등 4곳의 농장 계란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국의 산란계 사육 농가 1천456곳에 대해 살충제 사용 여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차 조사 대상인 20만 마리 이상 대규모 사육 농가 243곳을 점검한 결과 4곳에서 닭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피프로닐이나 허용 기준치 이상의 비펜트린이 추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중에 유통되는 2종의 계란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비펜트린을 검출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를 범정부적으로 종합관리하라"면서 "현재 진행 중인 전수 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지시했다. 앞서 열린 고위 당·정·청 합동회의에서는 기준치 초과 여부와 관계없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모든 계란을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계란을 사용한 가공식품도 전량 수거해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여당, 청와대가 사태 발생 이틀 만에 해결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파문에서 정부는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유럽에서 한 달여 전 '살충제 계란'이 발견돼 큰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산 닭과 계란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가 이번 사태가 불거져 국민을 속였다는 논란이 일었다. 류 처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자 "국내산 60건에 대한 식약처의 초기 전수 조사 보고를 받고 그렇게 말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계란에 대한 국내 잔류농약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진드기 퇴치용 살충제 피프로닐의 경우 닭에는 사용이 아예 금지되지만, 계란에는 별도의 기준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 식품 농약잔류 허용 기준인 코덱스(CODEX)의 계란 검출 기준치(0.02mg/kg)를 따른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소나 돼지, 닭 등 육류는 도축 후 고기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잔류 항생제 등 약물 조사를 벌이지만 계란은 농장에서 바로 완제품으로 포장돼 시중에 유통되는 구조여서 이렇다 할 사전 검사가 없는 실정이다. 농장주의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유통 전 단계에서 계란 내 잔류농약 검사를 어떤 형식으로든 도입해야 할 것 같다. 산란계가 한 마리당 A4 복사지 한 장 크기 좁은 면적에서 사육돼 진드기 등 해충을 스스로 퇴치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야생에 풀어놓으면 흙 목욕을 해 스스로 해충을 털어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주인이 산란율을 유지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닭 사육장 개선은 큰 비용이 수반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다른 가금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다. 산란계 농장주들은 양계장에 농약을 사용하지 말 것과 허용된 약도 닭과 계란에 직접 뿌리지 말라는 말만 당국으로부터 들었을 뿐 구체적 금지성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부의 전문적 지침이나 교육이 없었다는 얘기다. 드러난 문제가 한둘이 아닌 만큼 계란의 생산과 유통에 관한 관리·감독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개선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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