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반도 안보지형 뿌리째 흔든 북한의 6차 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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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반도 안보지형 뿌리째 흔든 북한의 6차 핵실험
  • 연합뉴스
  • 승인 2017.09.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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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이 3일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하며 6차 핵실험 도발을 자행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은 9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했다. 하지만 핵실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정권을 잡은 이후로는 2013년 한 차례, 지난해 두 차례를 포함해 네 번째 핵실험이었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폭발력이 엄청나게 향상됐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불과 1년 전인 작년 9월의 5차 때보다 최고 10배에 달한다고 한다.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고 진도 6.3에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 '팻맨'의 3∼5배 위력"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중대발표'를 통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이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미국 본토를 타격권 안에 두는 ICBM에 이어 소형 핵탄두 제조 기술까지 갖췄다는 뜻이다. 미정부가 처음 설정할 때만 해도 꽤 멀어 보이던 '레드라인'을 북한이 일거에 넘었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으로 포기하고 고립시킬 유엔 안보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면서 "동시에 동맹 차원의 연합방위태세를 토대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추가도발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일단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와 한미 동맹을 기초로 한 대응방안 강화를 주문한 듯하다. 그래도 북한과 '대화의 문'이 항상 열려 있다는 언급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국가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전달한 것은 뜻밖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섰으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국민과 미국 등 우방국에 전달되는 메시지가 훨씬 강했을 텐데 아쉽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한이 이번에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는지를 놓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북한은 이날 핵실험에 앞서 'ICBM 장착 수소탄'의 내부 구조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 폭탄의 성능실험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반면 폭발력만 봐서는 수소탄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물론 북한의 이번 '수소탄 실험 성공' 발표가 한미 동맹을 흔들려는 위장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을 통해 더 분명해진 것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가까운 장래에 도달할 것이라는 추론도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게다가 북한이 핵과 ICBM 개발을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를 접어두고라도 미국의 대북 전략을 근본적으로 흔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북한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갖춘 ICBM과 함께 여기에 실을 수 있는 소형핵폭탄까지 갖게 된다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매번 수그러든 것은, 동맹국인 한국이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미 국민의 현실이 됐을 때 미국의 군사적 옵션은 더 센 강도로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NSC 회의에서 "북한 핵·미사일 개발 고도화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면서 "국민생명과 국가안보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굳건히 지켜야 한다"는 말도 했다. 대통령으로서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국민의 불안 심리도 가라앉히려고 한 말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막을 독자적 수단을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이날 정 안보실장은 NSC 회의 전후에 각각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핵실험 도발 대책을 협의했다. 이른 시일 내에 양국 정상도 전화통화를 해 강력한 공조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고 한다. 이게 냉정히 인정해야 할 우리 현실이다. 다급한 국가안보 위기가 불거졌을 때 제일 먼저 손을 내밀어 대책을 상의할 수 있는 우방국이 미국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정부의 한미 동맹 관리가 치밀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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