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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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의 의미
  • 연합뉴스
  • 승인 2017.09.1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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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해 표결을 했으나 임명동의안은 재적 의원 299명 중 29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표결에서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 처리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김 후보자는 가결정족수(147표)에서 단 두 표 차이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헌재소장 퇴임 이후 7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도 당분간 지속하게 됐다.

현재 헌재소장 대행을 맡고 있는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될 때부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진보 성향의 김 후보자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헌법 해석의 다양성을 넓히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수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진보 성향인 국민의당 일각에서도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을 근거로 이념 편향적인 인물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통진당 해산심판에서 9명의 재판관 가운데 유일하게 해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통보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에 대한 2015년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도 다른 8명의 재판관과 달리 위헌 의견을 냈다. 이날 임명동의안 표결에서도 김 후보자의 이념 편향 논란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우려가 상당히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무기명 비밀 투표라 어느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는지 반대표를 던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의석 분포상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의원 상당수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수호와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 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헌법 소원 심판 등을 담당하는 헌법기관이다.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 중립적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 수호기관이다. 이런 위상을 반영하듯 헌법재판소장의 국가의전 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이은 4위로, 5위인 국무총리보다 앞선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계기로 헌재와 헌재소장의 위상과 국민적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이처럼 중요한 위치에 있는 헌재소장의 공백 사태가 이어지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표결에 부쳐진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이번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 몰고 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일차적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됐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가 이런 당리당략적 결정을 했다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 몹시 안타깝다"고 야당을 성토했다. 청와대도 "상상도 못 한 일"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렇다 해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 부결은 되돌릴 수 없다. 여든 야든, 찬성표를 던졌건 반대표를 던졌건 표결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새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든지 아니면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 19일까지 헌재소장을 공석으로 둬야 한다. 다른 후보자를 당장 지명하든 아니면 당분간 대행체제를 유지하다 새 후보자를 찾든, 헌재가 헌법수호의 마지막 보루라는 점을 고려해 적임자를 선택하기 바란다. 새 후보자는 업무능력, 헌법수호 의지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인물이 바람직할 것 같다. 헌법에는 헌법재판관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야당도 그런 덕목을 두루 갖춘 새 후보지가 지명되면 인준 절차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명분 없이 반대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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