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1년, 현실적 보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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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1년, 현실적 보완 필요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09.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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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 1년을 맞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청탁과 과도한 접대를 현저히 줄여 청렴 문화 정착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교를 방문할 때 뭔가 들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거의 사라졌고, 공직자들은 껄끄러운 청탁을 법 규정에 의지해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값비싼 식사에다 2∼3차로 이어지던 접대 문화도 옛날얘기가 됐다. 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농어민과 소상공인이 심각한 피해를 봤고, 모호한 적용 기준으로 적지 않은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교직원·언론사 임직원 등 약 400만 명에 적용된다. 접대 비용은 식사 3만 원·선물 5만 원·경조비 10만 원(약칭 3·5·10)을 넘지 못한다.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국회 입법과 유예 기간을 거쳐 5년 만에 시행됐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1년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일반인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9.5%가 "청탁금지법에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와 교직원 5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가 "촌지 관행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27일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가 작년 동기보다 15.1%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수축산물 판매액이 15~30% 주는 등 지난 1년간 최대 2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기·소상공인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6.7%가 매출이 감소했고, 60%는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훼업계와 식당업계의 피해가 심각해 존폐의 기로에 놓인 업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회에는 현재 '3·5·10'인 접대 한도를 '식사 10만 원·선물 10만 원·경조비 5만 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앞장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민권익위의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청렴 문화가 확실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1월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76개국 중 52위였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에는 29위였다. 이제 겨우 기틀이 잡힌 청렴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 관행에 맞춰 영업해온 요식업소 등이 이 법 시행으로 무더기 폐업 위기에 처해 겪고 있는 현실을 방관만 하기도 어렵다. 부패척결이라는 근본 취지를 흔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현실적인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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