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장관 '후분양제' 언급,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상태바
김현미 장관 '후분양제' 언급, 기대만큼 걱정도 크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10.13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공공부문 아파트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주택 후분양제 시행 계획을 묻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다. 정 의원은 "국토부가 두 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근본적 대책인 후분양제를 결단할 시점"이라며 정부 입장을 물었다. 김 장관은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 분야 주택은 단계적으로 후분양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분양제의 장점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전면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소비자의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 전면도입에는 한계가 있고 준비과정이 필요하다"며 민간부문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록 공공부문에 방점이 찍혔다고 하지만 주무장관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앞으로 후분양제 도입 논의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가 사전 분양계약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한 뒤 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현행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주택을 지어놓고 분양하는 제도다. 일반 청약자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살 때처럼 분양받을 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양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반면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건설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건설자금 조달에 따른 금융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가 올라갈 수도 있다. 김 장관의 말대로 민간부문에 후분양제를 도입하기에는 제약조건이 있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은 게 사실이다. 민간부문 후분양제를 도입하려면 후분양 업체에 대한 대출보증과 공공택지 공급 등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김 장관의 이날 발언은 과거 참여정부에서 후분양제 도입이 무산된 것은 '적폐' 때문이라고 정 의원이 지적하자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후분양제의 장점이 적잖은 만큼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후분양제는 투기수단으로 인식돼온 분양권 전매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정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아파트 분양권 전매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7년 8월까지의 분양권 거래량은 29만여 건, 거래금액은 100조 원에 육박했다. 그만큼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가 기승을 부렸다는 얘기다. 후분양제는 이런 분양권 전매를 막아 투기를 차단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이 공급되도록 한다는 정책 흐름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김 장관이 공공부문 후분양제 로드맵을 우선 마련하겠다고 한 것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부문에 먼저 도입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 뒤 민간부문 도입 여부를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공공부문부터 시행하더라도 청약자 입장에서는 분양대금을 계약할 때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후분양제를 추진하더라도 충분한 검토와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