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체류 일정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
상태바
트럼프 방한, 체류 일정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7.10.18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7일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17일 "미 측과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방한 일정을 확정하고자 긴밀히 협의한 결과 다음 달 7일 오전에 도착해 8일 오후에 출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취임 후 첫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방문국으로 우리나라를 찾는다. 도착 당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언론발표 행사를 한다. 국회도 방문해 북한 핵 문제 해법에 관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의전상 최고의 예우를 받는 국빈방문 형태로 이뤄진다.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이후 25년 만이다. 국회연설도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엄중한 상황에서 짧은 일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동맹을 더 굳건히 다지고 대북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일정이 확정 발표되기 전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체류 일정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3일부터 14일까지 하와이를 거쳐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은 3박 4일, 한국은 1박 2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코리아 패싱'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체류 일정을 놓고 "한미 간 사이가 안 좋은 것 아니냐", "(한국에 머무는) 절대적 시간이 적다"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일정을 발표하면서 일본과 한국 도착 날짜를 바로 밝히지 못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일본은 다음 달 5일부터 7일까지 2박 3일로, 우리나라는 1박 2일로 확정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한국 체류 일정을 2박 3일로 늘려보려는 노력이 무산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이를 놓고 '한미동맹의 균열', '코리아 패싱' 등을 거론하며 호들갑 떨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에 앞서 들르는 한·중·일 3국 중에서 주요 정책연설을 하는 것은 우리 국회가 유일하다고 한다. 이번 아시아 순방의 핵심 의제가 북핵이라는 점에서 북핵 해법의 비전을 담을 트럼프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의미가 크다.

외교에서 의전이 갖는 의미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6일 밤늦게라도 한국에 도착하게 하려고 신경 쓴 것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하지만 밤늦게 도착해 잠만 자는데 하루를 늘린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교분이 남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쓸데없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정경두 합참의장이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대북 군사옵션 내용을 아느냐'라는 질의에 "군사옵션에 대해 상세한 내용은 모르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 한미동맹의 현주소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관계자 입에서 군사옵션 얘기가 연일 오르내리는데 직접 영향권 안에 있는 우리가 어떤 내용인지 파악조차 못 하는 것이 정상일 수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치밀한 준비를 통해 이런 분위기를 바꿀 좋은 기회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이나 평택 미군기지 등을 방문해 한반도 안보 현실을 체감하고 한미동맹의 실상을 파악하게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