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대로 공수처 만들려면 당리당략 내려놔야
상태바
국민 뜻대로 공수처 만들려면 당리당략 내려놔야
  • 연합뉴스
  • 승인 2017.11.21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촛불 혁명'의 요구인 만큼 반드시 이번 정기국회에서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국회에서 당정청협의회를 갖고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86% 이상이 찬성하는, 온 국민의 여망이자 촛불 혁명의 요구로 반드시 실현돼야 하는 국정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면서 공수처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롯한 살아 있는 권력을 견제하고, 권력 눈치를 안 보는 성역없는 수사를 위해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독립적 수사기관으로 공수처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수처가 되도록 정치적 중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검·경 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법무부의 공수처 신설안을 토대로 하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둘러싼 우려 등을 고려해 법안 심사과정에서 신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당정청이 공수처 설치 방침을 재확인한 것은,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처음 오르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정기국회를 무대로 한 개혁입법 싸움이 시작되는 것에 맞춰 개혁 의지를 과시하려는 전략이 담긴 것 같다. 이날 당정청 회의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인사들이 모두 참석했다. 조 수석은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수립된 정부다. 많은 개혁 과제 중 첫 번째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이라며 "공수처는 검찰개혁의 상징이며, 이제 마무리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 등 '적폐청산' 수사가 검찰에 몰리고, 현역 국회의원들을 겨냥한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검찰개혁의 동력이 약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촉각을 세워온 경찰 일각에서도 검찰 수사의 폭주로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이번 당정청 회의의 배경에는 이러한 우려를 일소하고, 검찰개혁의 고삐를 조이려는 포석도 깔렸다고 봐야 한다.

공수처 설치는,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여온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 여망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관련 법안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지난 10월 15일 내놓은 공수처 신설안은, 국회 추천위원회가 공수처장 후보 2인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1명으로 압축하고 임명은 대통령이 하게 돼 있다. 규모는 '검사 25명 등 최대 55명'이다. 그러나 법무부 안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는 데 미흡하고, 검찰을 의식해 지나치게 힘을 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표적 사정과 정치보복이 주 업무가 될 것"이라며 이 안에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경청하면서, 국회 법안 심사과정에서 충분히 탄력적이고 신축적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신설되는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공직자와 가족의 권력형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는 기관이 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담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가 법안 심의과정에서 당리당략을 떠나 이런 부분을 철저히 심의하기 바란다. 당정청 협의가 열린 이 날 공교롭게도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검찰에 소환됐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구설에 오를 만한 일은 신중히 생각해 삼가는 게 좋다.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자 한국당 내에서 공수처 설치 찬성으로 급선회하려는 기류가 있다고 한다. 검찰 수사를 견제하려고 공수처 카드를 저울질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추진되는 공수처 설치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