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 재발견] 수탈 현장이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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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 재발견] 수탈 현장이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탈바꿈
  • 연합뉴스
  • 승인 2017.12.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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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숙박시설로의 변신도…구도심 활성화에 도움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배경이 된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가면 일본식 건물인 보성여관을 만날 수 있다.

1935년 지어진 일본식 2층 목조건물로, '태백산맥'에서는 토벌대장 임만수와 부하들의 숙소였던 '남도여관'으로 소개된 곳이다.

근대식 일본풍 여관 모습을 보여주는 2층 다다미방이 인상적인 이곳은 2004년 등록문화재가 된 뒤 2012년 재개관해 카페와 숙박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새롭게 단장한 일본식 가옥은 낙후된 주변 상권에도 영향을 끼쳐 쇠락해가는 원도심에 활력을 줄 뿐 아니라 관광객을 끌어모아 주목을 받았다.

목포시나 군산시, 순천시도 이같은 적산가옥의 가치에 주목하고 도심재생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 보성여관[자료]

◇ 호남 근대화 1번지 목포…근대건축물 보전

1897년 국내에서 4번째로 개항한 목포는 호남 근대화 1번지이자 일제 수탈도시라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해방 이후 근대화를 거치며 국가 개발사업에서 소외된 목포는 일제가 남긴 근대건축물이 상당수 남아 있다.

1900년에 지어진 옛 일본 영사관을 비롯해 조선인들이 성금을 모아 지은 목포청년회관, 고아들의 안식처가 된 공생원이 남아 있다.

목포시는 근대건축물 보전을 위해 '근대건축자산 진흥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목포 근대건축 자산 아카이브 시스템 구축' 용역을 발주해 목포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 목포에 남아 있는 옛 일본 영사관[자료]

목포에는 일제가 남긴 적산가옥이 200여채 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유달동이나 만호동 등 원도심에 밀집해 있는데 일부 건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2층 목조 구조의 한 적산가옥은 정원이 딸린 카페로 개조돼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도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목포시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을 중심으로 일본 가옥식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근대 문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적산가옥 등 지역 자산을 활용한 역사문화관광 활성화를 비전으로 지역공동체가 서로 협력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순천시, 철도관사마을을 생활형 관광지로

순천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전라선이 개통하면서 교통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조곡동 순천역 인근에는 당시 철도국 직원들을 위한 철도관사마을이 형성돼 있으며 해방 이후에도 그 모습이 비교적 잘 유지됐다.

순천시는 대표적 근대문화 유산인 철도관사마을 관광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 순천 철도문화마을

이 마을에는 152개 등급별 관사가 있었지만, 현재는 철도관사 59채와 현대식 신축건물 90채, 빈집이나 유휴건물 3채 등이 남아 있다.

순천시는 철도관사 3채를 사들여 2채는 일본 다다미 방식의 7실 규모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올해 5월 문을 열었다.

게스트하우스 1층에는 철도관사마을 유래를 엿볼 수 있는 사진 자료 등이 전시된 마을박물관을 마련했다.

순천시는 비교적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철도관사를 추가 매입해 체험 중심 '철도팩토리' 사업을 추진한다.

674㎡ 규모 철도관사 2개를 연결해 철도를 소재로 한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는 철도 공작소, 철도예술실험 센터, 철도 놀이터 등도 조성한다.

철도관사를 주제로 일본식 정원·분재 정원 등 특화된 예술 정원을 조성하고 관사 내부 공간을 리모델링해 일본식 다도 체험관도 마련할 계획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주민과 관광객이 공존하고 공유하는 생활형 관광지로 조성해 연간 20만 명 정도가 찾아오는 곳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근대 건축자산 진흥구역 추진 나선 군산

전북 군산시는 근대역사박물관·고우당·동국사와 일본식 가옥 등 근대건축물이 밀집한 월명동과 영화동 일대 32만7천여㎡를 '근대문화 건축자산 진흥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월명동과 영화동에 있는 건물 441채는 근대문화 건축자산으로 파악돼 종합관리되고 있다.

2011년 9월 옛 도심인 군산시 장미동에는 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일제 강점기 군산 시내 생활상을 잘 알 수 있는 역사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물관 인근에는 옛 조선은행, 진포해양공원, 옛 군산세관 등 8개의 근대 건물이 테마 단지화를 이뤄 유명 관광지가 됐다.

군산시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에 지은 건물 76채가 비교적 좋은 상태로 보존돼 있다"며 "근대건축물을 지역의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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