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광풍, 투기심리는 잡되 미래기술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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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 투기심리는 잡되 미래기술은 살려야
  • 연합뉴스
  • 승인 2017.12.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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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10일(현지시간) 가상화폐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의 선물거래를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 지 8년 만에 미국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락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고 강력한 거래 규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정부 안에서 거래 전면금지를 포함해 가상화폐 거래를 어느 수준으로 규제할 것인지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주에 법무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열어 가상화폐 거래 규제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비자보호장치를 마련하거나, 자금세탁 방지 요건을 갖춘 거래소만 허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이라고 한다. 금융계 등에서는 투자금액이나 투자 자격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100만 원 초반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주부와 학생들까지 투자대열에 합류하는 '광풍' 속에 가격 폭등 양상을 보였다. 한탕주의 투기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 24시간 운영되는 탓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트코인에 모든 관심을 쏟아붓는 '비트코인 좀비 족'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런 투기행태에 먼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총리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청년 학생들이 가상통화에 뛰어든다든가, 마약 거래 같은 범죄나 다단계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경우가 있다.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들여다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주일 뒤에 열린 관계기관 TF 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법무부가 주관부처로서 규제책을 마련키로 했다. 당국의 규제 검토 소식에 연일 폭등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주말 40% 이상 폭락했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빗썸'에서 지난 8일 2천499만 원까지 올라갔던 가격이 10일엔 1천391만 원까지 밀린 것이다.

실물가치가 내재해 있지 않고 아무도 가치를 보증하지 않는 비트코인의 무분별한 거래를 규제한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트코인 광풍이 지속한다면 거품이 꺼졌을 때 뒤늦게 뛰어든 많은 투자자가 막대한 피해를 볼 게 뻔하다. 이 총리의 지적대로 비트코인은 마약 거래 등 각종 범죄의 비밀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을 무턱대고 백안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가상화폐는 4차산업 혁명 시대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거래된다. 블록체인은 개인 간 모든 거래내용을 디지털 장부(블록)에 저장하고 이를 전체 참여자에게 전달해 거래의 신뢰성을 높이는 혁신 기술이다. 해킹이나 위·변조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특정 개인이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도 없다고 한다. 향후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도 있다. 정부는 비트코인 거래의 부정적 측면만 보고 이런 기술의 발전 가능성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 장기적 안목으로 비트코인이 4차산업 혁명 시대의 거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정상적 거래를 유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본이 비트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한 것이나 CBOE가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무분별한 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엄정한 규제를 서둘러 마련하되 미래기술이 사장되지 않도록 입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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