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만은 남자가, 육아는 여자가"…'이꼴을 하고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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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은 남자가, 육아는 여자가"…'이꼴을 하고서'展
  • 이나윤 기자
  • 승인 2017.12.14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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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2018년 3월 16일까지, 광주여성재단 전시관

"요새 너무 고민이야. 막상 결혼하려니까 결혼비용은 둘째 치고 남자 월급이 너무 적어. 이러다 입에 풀칠하겠어?"

"너 월급은 얼만데?"

"나야 여자니까 적게 받지. 그래서 남자 월급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중략)

"모아놓은 돈은 있니?"

"없지."

"모아놓은 돈도 없으면서 왜 집 타령이야? 집 장만은 같이 하는 거지."

"집은 남자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청년작가 정유승씨의 설치작품 '당신을 위한 것'에 담겨있는 남녀 간 대화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 벌어야 하고, 결혼할 때 신혼집은 남자가 장만해야 한다는 식의 얘기다.

이 같은 대화가 유별난 일일까, 아니면 흔한 경우일까.

이처럼 여성혐오와 성적 불평등으로 얼룩진 질문들을 시작으로 해 성평등에 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미술전시가 열린다.

광주여성재단이 오는 15일부터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시 '이꼴을 하고서'가 바로 그것.

전시 제목 '이꼴을 하고서'는 '젠더 이퀄리티(성평등·Gender equality)'적 시각을 지향하는 언어이자 소극적 목소리를 내는 자신의 모습을 비판하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꼴'을 하고 있는 우리지만, '이퀄'을 향해 나아가자는 뜻이다.

전시장에는 각종 혐오와 불평등으로 왜곡된 페미니즘의 실태를 고발하고 풍자하는 작품들이 내걸리게 된다.

이를 통해 성평등적 페미니즘의 가치를 공유하자는 메시지도 던질 것이다.

참여작가는 박화연, 정유승씨 등 유망한 2명의 청년여성작가다.

내년 2018광주비엔날레의 최연소 참여작가로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한 실력파 작가들이다.

정유승 작가는 '당신을 위한 것'이란 제목으로 5채널 영상을 가변설치해 선보일 예정이다.

박화연 작가는 'ㅁㅁㅁㅁ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영상작업을 내건다.

이외에도 두 작가는 '이꼴을 하고서'를 영문으로 새겨 제작한 반팔티 등을 이용한 설치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소통할 예정이다.

이 반팔티들은 다양한 참여 경로를 통해 만나게 되는 관객들에겐 선물로 제공된다.

이는 전시 개막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15일 오후 2시 진행될 전시 개막현장에서 작가들은 편견에 가득찬 단어들을 숨긴 풍선들을 내걸고 관객에게 다트로 터트리게 한 뒤 반팔티 등을 선물할 계획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6일까지 열리며 앞서 관련 체험프로그램은 내년 1월께 실시된다.

염미봉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는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페미니즘이 여성우월주의로 왜곡되면서 혐오주의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전시를 통해 진정한 성평등, 젠더 이퀄리티를 지향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 문의 062-67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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