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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투기 심각해도 연착륙 유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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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2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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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이 거세지면서 정부 대책도 혼선을 빚고 있다. 발단은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발언이다. 박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나 도박 같은 양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고 시행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가상화폐 가격은 최대 30%가량 떨어졌고 관련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반대 글이 쇄도했다. 결국, 청와대가 나서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언론에 밝히고야 상황이 진정됐다.

가상화폐 투기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미 심각한 수준을 넘어섰다. 초기에는 일부 모험투자자들만 참여했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생, 주부, 노인층까지 가세해 300만 명 이상이 '묻지마 투자'에 빠져들었다. 가격 등락의 제한이 없고 보안도 허술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대박'을 꿈꾸는 개미들의 거대한 투기판으로 변한 지 오래다. 그런데도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이미 코스닥을 추월할 만큼 커졌다. 국내 가상화폐 가격은 국제시세보다 훨씬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란 말까지 생겼다. 미국 가상화폐 정보업체가 가격통계에서 한국을 제외했을 정도다. 거래자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화폐는 비자금 조성, 마약 등 범죄수익 은닉, 불법 증여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설립요건도 없고 관리도 안 되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강력히 규제하기로 한 것은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지는 의문이다. 박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가 대단히 위험하고 거품이 언제 꺼질지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가상화폐 거래를 위험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거래소 폐지 방침도 그런 인식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거래소 폐지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는 국제적으로 이뤄져 국내 거래소를 없앤다고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 거래소 중개가 안 되면 개인 사이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 '연착륙'을 유도하는 게 지금으로써는 최선인 것 같다. 일단 실명 거래로 바꿔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적절한 과세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심스러운 가상계좌를 정리하고, 투자자 보호장치와 보안시스템을 갖춘 거래소만 영업하게 하는 인가제 도입을 검토할 수도 있다. 너무 급하고 강한 조치를 하면 국내의 가상화폐 관련 기술이 위축될 수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에 적용되는 블록체인은 4차산업 혁명을 이끌어갈 기반 기술로 꼽힌다. 투기를 잡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까지 꺾으면 안 된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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