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영어금지' 논란, 설익은 정책 발표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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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어금지' 논란, 설익은 정책 발표 자제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8.01.1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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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영어 특별활동 수업을 금지하려던 정부 방침이 재검토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르면 16일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특별활동 수업금지와 관련한 최종 방침을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종 방침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부모 반발과 사교육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당장 올해 3월 새 학기부터 금지하는 방안은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주변에서는 사교육 규제를 포함한 유아 영어교육 관련 종합대책부터 마련하기로 하고 정책 시행을 유보하거나, 1년 이상 시행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장기교육정책 방향 제안을 위해 지난 연말 출범한 국가교육회의로 공을 넘겨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전히 확정된 것은 없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교육부가 지난 연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한글·영어 등 초등학교 수업 대비 특별활동을 놀이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영·유아들이 영어 조기교육에 내몰려 제대로 놀지도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 보자는 게 교육부의 정책취지였다. '공교육 정상화법'에 따라 2018학년도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는 만큼 정책의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유치원·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같은 정책을 적용하는 방안을 교육부는 적극 검토했다. 유치원·어린이집의 정규수업에서는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는 데다 유아기에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학계 의견이 많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월 100만 원이 넘는 유아 영어학원은 내버려두고 월 3만 원의 유치원 영어 특활을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 올라온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 반대' 청원에는 8천여 명이 동참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도 정책을 연기하자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은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수업뿐 아니라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선행교육도 금지하라고 촉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연기 요청을 '교육부 흔들기'로 비판했다.

정책의 취지가 좋더라도 사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고, 특히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교육정책은 논란만 부채질하며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나 부작용에 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아 영어교육에 관한 종합대책부터 수립하고 그 연장선에서 유치원·어린이집에서의 영어 특별활동 수업을 허용할지에 관한 구체적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신년사를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사회부총리로서 사회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면서 '소통하는 교육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같은 새해 각오가 구체적인 정책수립과 시행에서부터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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