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한반도' 염원한 문 대통령의 평창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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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한반도' 염원한 문 대통령의 평창 메시지
  • 연합뉴스
  • 승인 2018.02.0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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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인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막됐다. 총 92개국에서 2천925명의 선수가 17일간 갈고닦은 기량을 겨루게 된다. 21개국에서 26명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날 저녁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은 시종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특히 남과 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입장을 하는 순간 장내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의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함께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남과 북의 대치로 전쟁위기설까지 나돌던 한두 달 전엔 꿈도 못 꾸었던 일이다. 평화의 제전인 올림픽의 위력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여정은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주변에는 남북관계 급진전을 불편해하는 냉소적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창 이후'를 잘 대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평창에서 발신한 메시지의 핵심은 '평화의 한반도'였다. 문 대통령은 많은 논란 속에 출범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한반도의 평화로 나아가는 '작은 눈 뭉치'에 비유하고 "함께 조심스럽게 굴려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눈 뭉치는 점점 커져서 평화의 눈사람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개회식에 앞서 마련된 정상급 인사 초청 리셉션 인사말을 통해서다. 리셉션은 21개국 정상급 인사를 위해 마련됐다. 특히 문 대통령은 "스틱을 마주하며 파이팅을 외치는 선수들의 가슴에 휴전선은 없다"면서 70년에 걸친 한반도 분단과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치하는 북한과 미국의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혔다.

'작은 눈 뭉치'라는 표현에선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한반도 긴장 완화 흐름이 언제든 끊길지 모른다는 문 대통령의 우려가 느껴졌다. 오늘 개회식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참석하는 등 남북대화에 탄력이 붙고 있으나, 한반도 긴장의 주된 원인인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8일 진행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와 '화성-15'를 선뵈는 등 핵·미사일 보유 의지를 거듭 과시했고, 미국 역시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는 이날 리셉션장에서 보여준 펜스 부통령의 행동에서 확인됐다. 펜스 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리셉션장에 지각 도착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곧바로 중도에 퇴장했다. 북한 김영남 위원장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임은 물론이다. 세계 지도국인 미국의 고위 올림픽 축하사절에 어울리지 않는 협량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문제의 해답을 지닌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다. 유일한 혈육인 김여정을 남쪽에 파견한 점으로 미루어 뭔가 중대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일 청와대에서 진행될 문 대통령의 김영남·김여정 접견 및 오찬 행사가 기대되는 까닭이다. 벌써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제의했던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긍정적 답변을 김여정이 가져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하려 한다면, 비핵화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북한도 잘 알 것이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마친 다음 달 중순 이후에도 비핵화 문제의 진전 조짐이 없을 경우 한반도 상황은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곧바로 실시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재개되면서 또다시 군사충돌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최악의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얼마 전 지금의 남북대화를 "바람 앞의 촛불"이라면서 국민에 보호해 달라고 했던 문 대통령의 절박한 호소는 현재 진행형이다. 다들 호응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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