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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북미 대화' 시사한 펜스 발언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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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3  08: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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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크게 주목된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후 11일 귀국하는 전용기에서 진행한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다. 인터뷰에서 펜스 부통령은 방한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진지한 논의를 통해 추가적 대북 관여(engagement·포용)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동맹국은 '비핵화를 향한 의미 있는 조치들'을 취할 때까지 북한에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지만, 그 와중에도 미국은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대의 압박을 통해 북한에서 '실제적 양보'를 끌어낸 뒤에야 대화에 나선다는 미국의 종전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펜스 부통령은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도 북한과 대화하는 한국을 곧 뒤따를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WP는 분석했다.

핵심은 '조건 없이 일단 북한을 만나본다'는 생각을 미국이 실행하느냐다.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듯하다. 펜스 부통령이 정확한 대북 제재 철회 조건에 대해 "모른다. 그래서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나,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고 강화하겠지만, 그들이 대화를 원한다면 대화를 하겠다"고 말한 데서 변화가 감지된다. 지금까지 북한이 완전한 핵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면, 북한의 입장을 탐색하기 위해서라도 만나볼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뀐 셈이다. 미국이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을 확정한다면,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켜온 북미 간 극한대치를 외교적으로 풀어내는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가 맞부딪치고, 최근 미 백악관이 제한적 대북 예방공격 실행까지 검토했던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향적인 결단을 기대한다.

사실 펜스 대통령의 방한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올림픽 개막일인 9일 문 대통령이 초청한 정상급 인사 초청 리셉션에 늦게 도착했을 뿐 아니라 바로 퇴장하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 북한 고위급대표단장인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접촉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다. 미국이 올림픽 행사를 계기로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차단하려는 단호한 의지로 풀이됐다. 펜스 부통령은 또한 탈북민을 동행해 천안함 박물관을 찾는 등 방한 기간 내내 북한 규탄 행보를 이어갔을 정도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인 김여정을 특사로 보내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등 남북대화가 급진전하는 상황과는 확연한 대조를 보였다. 대북 정책을 두고 동맹인 한미 간에 심각한 균열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WP의 보도를 보면 그런 관측은 일면적이다.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첫 회동 이전만 해도 '평창 이후' 남북대화 지속 여부를 놓고 견해차가 있었으나, 두 차례 회동을 통해 사실상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첫 청와대 회동은 아주 진지했던 듯하다. 문 대통령은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대화가 북한과의 실질적 협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펜스 부통령은 오로지 대북 압박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펜스 부통령은 대화에 응하는 대가로 북한에 양보하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 관여 구상을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하지 않고 단지 대화만을 대가로 경제적·외교적 혜택을 주는 일이 없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말할 것임을 약속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약속에 힘입어 펜스 부통령이 '평창 이후' 북한과 대화를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진정성을 담은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도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가 '평창 이후'로 이어져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선순환 국면이 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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