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로 늘린 은행 순이익,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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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로 늘린 은행 순이익, 어떻게 봐야 하나
  • 연합뉴스
  • 승인 2018.03.0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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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이 11조 원을 넘었다고 한다. 2011년(14조5천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1조2천억 원으로 전년(2조5천억 원)의 4.5배에 달했다. 시중은행 외에 지방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특수은행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돌풍을 일으켰던 인터넷은행 두 곳은 2천억 원의 적자를 봤다. 역시 국내에서 은행이 이익을 내려면 도전적인 마케팅을 펼칠 게 아니라 풍부한 대출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 같다.

은행의 순이익이 급증한 요인은 크게 금리 상승과 부실 축소 두 가지다. 특히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가 커진 것이 기여한 듯하다. 실제로 순이자마진(NIM)이 1.55%에서 1.63%로 올랐고, 그 덕분에 이자이익은 37조3천억 원으로 2조9천억 원(8.5%) 증가했다. 반면 대손 비용은 7조2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5조5천억 원(43.9%) 감소했다. 산업·수출입 등 특수은행에서만 대손 비용이 5조2천억 원 줄었다. 전체 대손 비용 감소액의 95%였다. 부실이 컸던 조선과 해운업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행의 총자산도 작년 말 현재 2천363조5천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5조4천억 원(4.2%)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660조4천억 원으로 7.1% 늘어났다. 증가율이 전년(9.6%)보다 2.5%포인트 낮아졌다고 하지만 순익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고 봐야 한다. 은행들은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임직원을 11만1천 명으로 4천 명(3.5%) 줄였다.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임직원 1인당 순이익은 1억1천만 원으로, 전년의 5.5배가 됐다. 이익을 크게 늘린 은행들은 지난해 말 전년의 2배 수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구체적인 성과급 액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권 실적이 개선된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불편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순이익을 크게 늘린 요인 중 하나가 대출이자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급증이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 660조 원을 상회했다. 예대금리차로 발생하는 순이자마진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의 고위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미국 상업은행의 절반 수준"이라면서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국민 경제 여건과 금융계 사정은 전혀 다르다. 더구나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게 우리 현실이다. 금융당국의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말부터다. 우리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죄기 시작한 것도 시장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은행권은 그런 틈을 타고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렸다. 은행 순이자마진이 1년 사이 1.55%에서 1.63%로 0.08%포인트나 오른 게 그 결과다. 1천400조 규모의 가계대출을 생각이면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은행 영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더구나 국내 기준금리는 제자리걸음인데 미국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시장금리의 가파른 추가상승을 예고하는 것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대출을 앞에 두고, 대출금리를 올려 순이익을 늘린 은행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인식은 개탄스럽다. 은행의 '순이익 증가'를 돌려서 보면 가계의 '이자 부담 가중'이 된다. 은행의 '성과급 잔치'를 국민이 어떻게 볼지 걱정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금융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은행권의 금리체계에 불합리하고 부도덕한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설사 법규에 어긋나는 게 없더라도 예대금리차를 넓혀 손쉽게 돈을 버는 관행은 지양하게 해야 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잘 관리하고 감독하라고 금융당국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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