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이나 '경악'이라는 단어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는 금요일이었다.
9일 오후 4시 50분께부터 TV 채널들은 여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서부지검에 '자진' 출석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안 전 지사가 화면에 모습을 드러낼 무렵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스마트폰에는 가르치던 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배우 조민기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떴다.
이어 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의 추정과 안 전 지사가 출석하면서 한 "국민과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등 발언들이 번갈아 나오면서 시민들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는 이날 오전의 메가톤급 '굿 뉴스'에 이은 오후의 충격적인 '배드 뉴스'였다.
2∼3일은 족히 신문 1면을 채울 수준의 뉴스들을 단 하루에 접한 시민들은 '얼얼하다'는 반응이었다.
금융계에서 일하는 안모(39)씨는 "오전만 해도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사돼 '드디어 국운이 트이는구나'하는 생각에 크게 설렜는데 연달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니 멍한 기분"이라면서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직장인 최모(35)씨는 "외근이라 밖에서 일하다가 메신저를 켜보니 단체 채팅방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수백 개"라면서 "하루에 하나씩 나와도 모자랄 대형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모(32·여)씨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 내일 무슨 일이 있으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37)씨는 "주말 동안 포털 뉴스란은 클릭도 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다음 주에는 제발 좋은 뉴스만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장 충격적인 조씨 사망 소식에 대해서는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조심스럽지만 분노하는 반응도 상당수 있었다.
백모(28·여)씨는 "진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화가 났다"면서 "애초에 수치스러운 짓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모(30·여)씨는 "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은 안타깝다"면서도 "미투 폭로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경찰이 빨리 수사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직장인 김모(34)씨는 "요즘 딸 키우는 엄마들은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딸들 키우겠느냐고들 한다. 이젠 전 대선 후보까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안심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