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러 우려 씻어내 '비핵화 협력'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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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러 우려 씻어내 '비핵화 협력' 다져야
  • 연합뉴스
  • 승인 2018.03.1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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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2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을 설명하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중국·러시아, 일본에 각각 파견했다. 정 실장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 푸젠팅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방북·방미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중국 측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정 실장은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는 대로 모스크바로 가 러시아 지도부도 만날 예정이다. 서훈 국정원장도 이날 저녁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과의 면담에 이어 1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상황과 비핵화 로드맵 등을 설명한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인 이들 세 나라의 이해관계가 우리와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6자회담 참여국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고 평화를 정착시켜가는 과정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능동적으로 한반도 정세변화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펴는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한 수순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이들 국가는 최근 판 자체가 바뀌는 듯한 정세 급변을 보고 '패싱'(Passing·건너뛰기) 우려를 했다고 한다. 한반도 정세변화에 따라 이해가 갈릴 수 있는 상황에서 주요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 대표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한 이후 4월 말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 추진 등 메가톤급 합의가 잇따라 발표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방북, 방미에 참여한 정 실장과 서 원장이 그간의 상황을 상세히 밝히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들의 패싱 우려를 잠재우면서 지지를 확보할 기회이기도 한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중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 실현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변수가 되는 나라다. 예전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떨어졌다지만 중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북한의 목을 죌 수도, 대북제재에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장기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개헌을 한 시 주석이 체제 정통성 확보를 위해 국가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강경책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배제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할 이유가 더 커진 셈이다. 일본 역시 미국과 함께 제재·압박을 강조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한다. 북한의 직접적인 미사일 위협에 노출된 일본이 대화에 제동을 걸지 않고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러시아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지해왔지만, 미국 주도의 급변 정세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입장인 듯하다. 러시아가 최근 중국을 대신해 북한을 후원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무엇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남북, 북미회담이 성공해 비핵화가 합의되면 결국 6자회담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기존 6자회담 형식이 그대로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참여국이 모두 한반도 주변 강대국이라는 점에서 큰 틀은 변하지 않으리라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일 듯하다. 결국, 남북미 이외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미북 간의 합의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한반도 평화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국가 간 이해관계를 맞춰 나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가능성을 찾는 것이 외교라고 한다. 간극을 좁혀나가기 위한 노력은 중단없이 계속돼야 한다. 이번에 정 실장과 서 원장이 중국과 러시아, 일본을 찾아가 설명한 것도 그런 외교적 노력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세계는 우리의 역량을 주목하고 있고, 이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느냐 여부에 대한민국과 한반도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인식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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