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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 벗어난 개헌 논의, 국민 입장에서 다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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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08: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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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대선 공약대로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오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은 브리핑에서 "이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21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개헌안 발의 시점을 26일로 연기해 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청와대는 20일부터 사흘간 정부 개헌안을 주제별로 공개할 예정이다. 20일에는 전문과 기본권, 21일에는 지방분권과 국민주권, 22일에는 정부형태를 비롯한 헌법기관의 권한에 관한 사항을 공개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회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국회가 신속하게 논의하고 합의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진 비서관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만일 국회가 26일 전까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에 합의할 경우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 개헌안 발의 이후에도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가 가능한 시점까지 국회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정부 개헌안을 철회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여당은 6월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개헌하자는 것인지 호헌하자는 것이 분간이 안 간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한국당이 6월 개헌안 발의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개헌을 하지 말자는 눈속임"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4당은 모두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발의 시점을 못 박은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1일이든 26일이든 관제개헌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대통령 개헌 발의 일자를 엿장수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암담한 정국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대대표는 "8년짜리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수하려는 것은 촛불민심을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정부 개헌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4년 연임제'를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독 개헌안 발의 시 개헌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여야 대표들은 설전만 교환한 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헌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회의 의석분포나 여야의 견해차를 볼 때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는 이제 가능성이 작다고 봐야 한다.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는 지난 대선 때 주요 정당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다. 하지만 국회에 특위를 구성해 1년 3개월가량 논의했음에도 아직 개헌 투표 시기조차 정하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다. 지금 개헌 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냉정히 다시 살펴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오는 26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더라도 개헌안이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 국회 관문을 통과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지켰다는 명분을 얻겠지만, 개헌 논의는 더 꼬일 수 있다. 국민은 개헌을 통해 '1987년 체제'를 종식하고 새로운 헌정체제를 구축하기를 원한다. 또한,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할 만한 새 권력구조를 만들어내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현재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염원과 시대변화를 담아내는 헌법 개정이 요구된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국민의 희망에 부응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권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자세를 가다듬고 개헌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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