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 공개, 국회 논의 촉매제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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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 공개, 국회 논의 촉매제 되기를
  • 연합뉴스
  • 승인 2018.03.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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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발의할 개헌안 가운데 전문과 기본권 부분의 내용이 20일 공개됐다. 개헌안 전문(前文)에는 현행 헌법에 포함된 4·19 혁명 외에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정신도 계승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촛불 혁명'은 현재 역사적 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 또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의 근거가 되는 조항을 삭제하고 공무원의 '노동3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하게 명시했다. 생명권과 안전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울러 국민 주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국민발안제'와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를 신설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개헌은 기본권과 국민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민 중심의 개헌"이라면서 "국민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되고 국민 모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대한민국을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부분은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헌법개정안 자문 안을 토대로 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기여한 '이정표적 사건'을 평가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생명권과 안전권을 헌법상 권리로 규정하는 등 기본권을 시대 변화에 맞춰 손질한 점도 평가할 만하다. 1987년 9차 개헌 이후 30여 년 만에 추진되는 개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아울러 국민발안제와 국민소환제를 신설하는 등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대의 민주주의제와 상충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개헌안의 구체적 문안을 공개하지 않고, 주요 내용과 필요성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1일 지방분권과 총강, 22일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에 대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오는 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예고한 전날보다 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당 회의에서 "만약 (국회에서) 개헌 투표를 하자고 하면 우리는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또 "개헌의 본질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타파"라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건드리지 않고 헌법 전문에 온갖 사건들을 다 넣어 전문을 먹칠하려는 시도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방적인 개헌 발의를 여기서 중단해 줄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며 "국회를 무시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오만이자 국민이 만들어 준 국회 협치 구도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문 대통령의 개헌 발의 시점을 예고하면서 6·13 지방선거 때 개헌안 동시투표를 성사시키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개헌의 키를 쥔 국회의 개헌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 '친여'(親與) 성격이 있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까지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되면 개헌 논의가 중단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거듭 지적하거니와 개헌 논의는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제 각 당 지도부가 직접 본격적인 개헌 협상에 나서 얽힌 매듭을 풀어야 할 때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야 3당의 원내대표와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각 당 간사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즉각 가동하는 것을 검토하기 바란다.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당연히 협의체에 참여해야 한다. 여야는 우선 개헌 로드맵부터 제시한 뒤 권력구조 등 쟁점 사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의 대통령 개헌안 공개가 국회의 개헌 논의를 가속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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