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주식'이 거래됐다니…시스템 제대로 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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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주식'이 거래됐다니…시스템 제대로 점검하라
  • 연합뉴스
  • 승인 2018.04.09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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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이 6일 우리사주 배당금으로 주당 1천 주를 지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우리사주에 주당 '1천 원'의 배당금이 책정됐지만, 담당 직원이 실수로 주당 '1천 주'로 입력한 탓이다. 전날 종가(3만9천800 원) 기준으로 주당 무려 3천980만 원을 배당한 꼴이다.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의 계좌에 28억3천만 주가량이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 중 16명은 501만2천 주를 이날 급히 팔아치웠다. 삼성증권의 발행주식은 8천930만 주, 발행 한도는 1억2천만 주라서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배당도 되고, 거래도 된 셈이다.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증권사 직원이 잘못 배정된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 했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이를 경고하고 바로잡아 주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증권은 상황 파악 후 잘못 입력된 주식 입고 수량을 즉시 정상화했다. 하지만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 가운데 500여만 주는 이미 매도된 뒤였다. 삼성증권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매물로 쏟아내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일반 투자가의 투매가 합세하면서 삼성증권주 거래량은 2천73만 주까지 올라갔다. 이는 전날 이 주식 거래량의 40.7배에 달했다고 한다.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오전 한때 11.68% 급락했고 변동성완화장치(VI)가 여러 차례 발동되기도 했다. 삼성증권 주가는 이날 오후에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면서 전날보다 3.64% 내린 3만8천350 원에 마감됐다. 이 바람에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한 일반 투자가들은 적잖은 손해를 봤다.

이번 사태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유령주식 거래를 가능하게 한 주식 거래시스템이 문제로 떠올랐다. 직원들이 실수로 입력된 주식을 회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서둘러 내다 판 것은 반드시 문책해야 할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 하겠다. 주식을 급매한 직원은 그 수량만큼 주식을 사들이는 노력을 했고 일부는 회사에 주식 매입을 위임했다고 한다. 삼성증권은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주식은 기관에서 빌린 뒤 되갚는 방식으로 500여 만주를 모두 되사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증권사는 투자가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어야 존재 이유가 있다. 삼성증권이 8일 구성훈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고 ▲ 도덕적 해이 직원의 엄중 문책 ▲ 투자자 피해 최대한 구제 ▲ 철저한 원인파악과 재발방지 방침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유령주식 매도물량이 500여만 주에 그쳐서 다행이지, 발행주식 수를 뛰어넘는 주식이 매도됐다면 어쨌을 텐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주식의 거래가 가능했던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만만찮은 것 같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 청원에는 6일 오전 현재 1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를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보고 일제 시스템 점검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발행주식 수를 훨씬 초과하는 주식이 우리사주 보유 직원 계좌에 입고됐는데도 경고등이 켜지는 등 경고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은 분명 시스템 문제다. 담당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한 번 더 체크해 바로잡는 절차가 없다는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잘못되면 큰 파장이 예상되는 경우 여러 단계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기회에 불투명하거나 잘못된 거래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해 다시는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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