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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성범죄 피해자 '특수사정' 살피라는 대법 판결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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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4  10:4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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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성범죄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심리하라는 기준을 제시해 주목된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12일 지방의 한 대학 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패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수업 중 질문을 한 여학생을 뒤에서 안는 듯한 이른바 '백허그' 자세를 취하면서 답을 하고, 학과 엠티(MT)에서 자는 여학생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14건의 성희롱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됐다. 대법원은 백허그 행위가 징계사유가 아니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는 피해자 진술을 인정하지 않은 2심 판결에 대해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범죄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는 재판부가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고정관념이나 남성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 관념 아래 판결을 해야 한다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한 셈이다. 또 판사들이 피해자들의 진술이 믿을 만한지를 따질 때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우려해 사실 진술을 꺼리는 성범죄의 특수성 및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번 판결은 성범죄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거세게 번지는 상황에서 최고법원인 대법원도 이 같은 사회추세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판결로 해석된다. 특히 법원 내에서 아직도 남성중심 문화와 사고에 얽매여 성범죄 관련 소송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판결이 나오곤 하는데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성희롱 소송의 심리와 증거판단의 법리를 제시했다는 게 대법원의 자평인 만큼 향후 성희롱 관련 소송에서도 이런 판결 정신이 존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는 판결을 내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판과정에서도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나가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펴낸 '성폭력 범죄 재판과정에서의 피해자 권리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재판과정에서 피해자 이름이나 주소, 직업 등 신상이 노출된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식의 발언 등 판사나 변호사가 성폭력 문제에 대해 왜곡된 통념을 드러내는 발언도 부지기수 일 정도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대법원은 최근 성희롱·성폭력 없는 건강한 법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성희롱·성폭력 대책 연구반'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전국 법원장회의에서도 미투 대책을 논의하는 등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내실 있는 '성인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법관들의 양성평등 의식을 고양하고, 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을 미투 운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향후 유사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단독판사가 아니라 합의부가 맡도록 한 것은 긍정 평가할 만하다. 대법원은 또 정부가 권력형 성범죄 등에 대한 법정형량의 상향 조정을 추진키로 한 만큼 이에 맞는 양형기준을 만들어 사회적 변화 추세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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