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저는 홀몸 어르신 150명의 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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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저는 홀몸 어르신 150명의 딸입니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5.0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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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노인종합복지관 정명숙 씨, 가정의 달 '효행상'
▲ 홀몸어르신 안부를 챙기는 정명숙 씨

"저는 홀몸 어르신 150명의 딸입니다. 따뜻한 위로를 전하고 저도 치유 받으며 함께 지내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됐네요"

광주 서구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어르신 생활관리사로 활동해온 정명숙(49) 씨는 7년 4개월째 이어온 활동을 돌아보며 7일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어르신에게 유일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돼준 정 씨는 가정의 달을 맞아 8일 광주시장이 주는 효행상을 받는다.

정 씨는 교회를 함께 다니는 지인 소개로 2011년 1월 홀몸 어르신 생활관리사 활동에 나섰다.

누구든 나이 들면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마디 따뜻한 말로 위로나마 전하고자 이 일을 시작했다.

첫해 어르신 30명과 인연을 맺었다.

매주 한 차례씩 집을 찾아뵙고 최소 두 번씩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챙겼다.

도움될만한 복지제도를 안내하고 유용한 생활 정보와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전했다.

시나브로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에게도 말 못한 마음속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어르신들은 새로운 딸을 얻었고, 정 씨는 삶의 스승을 만났다.

▲ 홀몸 어르신들과 즐겁게 지내는 정명숙 씨(왼쪽 두 번째)

해가 바뀌고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면서 어느새 150명 홀몸 어르신과 깊은 인연을 쌓았다.

이런 정 씨에게도 홀로 사는 친정어머니가 있다.

아버지는 뙤약볕이 내리쬐던 2015년 여름날 폭염에 쓰러져 돌아가셨다.

정 씨와 형제는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고자 노력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었는지 어머니는 한사코 거절했다.

정 씨는 친정 지근거리에 살며 다른 어르신들처럼 어머니를 돌본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라 폭염과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날이면 어르신들 안부를 더 챙긴다.

매일 홀몸 어르신을 만나면서 친정어머니도 더 살뜰하게 보살피게 됐다.

긍휼한 마음으로 사는 삶을 홀몸노인 생활관리사 활동을 통해 선물 받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다행히도 지난 7년여동안 어르신들과 작별한 경험은 없다"라며 "건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오랫동안 좋은 인연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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