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장 폐기 남쪽 기자단 취재 불허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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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장 폐기 남쪽 기자단 취재 불허 유감
  • 연합뉴스
  • 승인 2018.05.2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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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자단의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가 무산될 것 같다. 북한이 22일 오전에도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취재진은 남측 기자단이 빠진 채 이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원산으로 향했다.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선제 조치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 국민도 남북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초청까지 해놓고 돌연 한국 기자단의 취재를 거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신뢰에 또 한 번 금이 가게 한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으로 확인된 한반도 비핵화 의지의 실현을 위한 동력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의구심을 갖게 할만 하다.

북한은 23~25일 중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할 예정이다. 북한은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신의 성실의 원칙으로 되돌아가 남한 기자들이 폐기 현장을 취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북한 '미래 핵'의 포기 현장을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남한의 기자들이 취재할 수 없다면 핵실험장 폐기가 갖는 평화의 의미를 세계에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겠나. 한반도 비핵화와 긴장완화를 바라는 한국으로서는 안타깝고 개혁 개방을 하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북한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담으로 한껏 고조됐던 평화 분위기는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사이에 막판 힘겨루기 양상이 표출되면서 냉기류에 휩싸인 것 같다. 북한은 이달 중순부터 한미 공군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 비난, 남북고위급 회담 일방 취소,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강연 비판, 탈북 식당 여종업원들 송환 요구 등 대남 공세를 계속했다. 23일부터 평양을 방문해 6·15 남북공동행사를 논의하려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아 이들의 방북이 무산됐다. 북한은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한다면 북미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겠다며 미국에도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의 대남, 대미 비난은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대미 중재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신뢰에 관한 한 더 잃을 것도 없는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은 북한의 엄포에 흔들리지 않고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고 치밀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도착했으며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미정상회담이 99.9% 성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계속해야 하느냐며 회담의 낭패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입장차를 좁히고 남북미가 받아들일 수 있는 비핵화 로드맵을 도출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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