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 사법 농단 조사 후폭풍 현명하게 대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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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 사법 농단 조사 후폭풍 현명하게 대처하길
  • 연합뉴스
  • 승인 2018.05.3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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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공개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의 보고서를 놓고 사법부 안팎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직전 양승태 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을 청와대와의 뒷거래 카드로 활용하려 한 정황이 문건을 통해 드러나면서 피해를 주장하는 단체와 일부 판사, 시민단체 등이 크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KTX 해고 승무원들과 전교조 등은 자신들과 관련된 대법원 판결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원천 무효라며 철회를 주장하고,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을 형사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KTX 해고 승무원들은 29일 대법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하다 대법정으로 기습 진입해 대법원장 면담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교조도 "대법원은 전교조에 사과하고 '원상회복'과 관련자 파면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다른 피해자와 연대해 관련자들을 고소·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에 대해 제기됐거나 제기될 예정인 검찰 고발은 이미 12건에 달한다고 한다.

법원 내부에서도 피해를 본 현직 판사들의 검찰 고발 선언을 계기로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 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 긴급 판사 회의가 잇따라 예고되는 등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법원 노조는 30일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앞서 3차례의 특별조사에도 불구하고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셀프 조사'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법원 외부에서 사태 규명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일부 판사들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가 무리하게 과거 청산에 나선 것이 오히려 사법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제가 된 법원행정처 문건 내용을 확대 해석해 법원 스스로가 사법 불신을 부추겨서는 안 되는 만큼 형사고발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 내 상충하는 두 의견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피해 당사자들의 분노와 형사고발 움직임 역시 그들의 억울함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명백한 범죄 혐의 사례를 제외하면 검찰이 사법부 내부 문제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비롯해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잇달아 청취하는 것도 그런 고심에서 나온 행보로 보인다. 사법부가 보고서 후폭풍에 향후 어떤 대처를 할지는 현재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우선 사법부 내 자정 기능을 최대한 가동해 불신 확대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그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법원행정처장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사법부가 두 사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는 그런 노력이 성과가 없을 때 고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 대법원장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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