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반달가슴곰, 끝내 죽음으로 내몰 수 밖에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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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반달가슴곰, 끝내 죽음으로 내몰 수 밖에 없었나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8.06.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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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벗어나면 죽음으로 내몰리는 지리산반달가슴곰, 관리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광양 백운산은 끝내 지리산반달가슴곰을 품지 못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벗어나 전남 광양 백운산 일대에서 활동하던 반달가슴곰(KM-55)이 올무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됐다. 불과 한 달 전, KM-53이 수도산으로 이동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세계 최초로 반달가슴곰 인공수정을 통해 출산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지 3일만의 일이다.
환경부는 지난 5월 2020년까지 목표였던 반달가슴곰 50마리 복원을 2년이나 앞당겨 실현했다며 자축했다.

▲ 올무에 걸려 숨진 반달 가슴곰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연합뉴스]

지난 15년간의 지리산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의 사회적 평가도 없이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업적 포장에만 자축한 결과였다. ‘개체 수 증가’에만 몰두하다가 ‘서식지 관리’ 에는 정작 소홀히 대처하다가, 지리산권을 벗어난 반달가슴곰 2마리는 로드킬과 불법 올무로 인해 생명을 잃고 말았다. 이는 환경부가 반달가슴곰의 서식지 안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행 계획이 소홀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현재의 종복원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이다.

멸종위기 종복원사업을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 산하에만 이미 종복원기술원,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이 멸종위기종복원 관련 기구가 난립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를 극복하고 멸종위기종복원사업의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며 또 다시 영양에 약 900억 원을 들여 국립멸종위기 종복원센터를 건설했다. 그러나, 여전히 반달가슴곰복원을 비롯한 종복원사업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에 맡겨져 있다. 위계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전형적인 문어발식 운영에 예산낭비다. 국민세금으로 컨트롤 타워는 고사하고 같은 산하 기관끼리 영역 다툼을 하느라 협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통합적인 종복원 계획이 나올 리 만무하다.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을 벗어나, 섬진강을 건너 백운산에서 서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국민들은 반달가슴곰이 백운산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미 반달가슴곰(KM-55)은 지난해 백운산에서 지리산국립공원으로 옮겨졌지만, 또 다시 백운산으로 돌아가 서식반경을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경부와 광양시는 양봉농가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입힐까 전전긍긍 하며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 죽음으로 내몰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기까지 환경단체 역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였다. 정부와 지자체 탓으로만 돌리기엔 결과가 참혹하다.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었으며, 누구보다도 반성과 성찰의 시간들이 필요하다.

백운산은 법인서울대학교에서 학술림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관리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백운산 학술림 내 불법 올무가 얼마나 설치되었는지, 또한 정기적으로 불법 올무 등을 제거할 수 있는지, 그동안 멸종위기동물들의 서식지 관리 매뉴얼조차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는 더 이상 일체의 반달가슴곰 인공증식, 도입, 방사를 중단하고 서식지 안정화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리산 인근의 광양시나, 순천시, 서울대 학술림 등 과 함께 대처방안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사단법인 광양만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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