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근-무한의 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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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근-무한의 시”전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4.03.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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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음과 무한의 세계를 탐구한 재일작가전

광주시립미술관(관장 황영성)은 일본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한 재일교포 2세 작가 문승근(1947-1982, 일본 이시카와현(石川縣) 고마츠시(小松市) 출생)을 조명하는 전시 하정웅컬렉션 <문승근-무한의 시>전을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열린다.

문승근은 1968년경 미술계에 입문하여 1970년대 뜨거웠던 일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인정받았으나, 1982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 버려 아쉬움을 남긴 작가이다.

문승근은 전위미술그룹 구타이미술협회의 영향을 받았으며, 재일작가로는 곽인식, 이우환, 곽덕준 등과 교류하며 작품활동을 하였다. 그는 짧은 인생을 예감이라도 한 듯 1968년 작품활동을 시작 한 이래 1982년까지 실험성이 강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였다.

세상을 떠난 지 32년이 지난 지금, 문승근의 작품은 국내에는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고, 일본에는 교토국립미술관, 오사카국립국제미술관, 지바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그의 존재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광주시립미술관은 1993년, 2003년 두 차례 하정웅씨의 기증에 의해 문승근 작품세계 전모를 볼 수 있는 112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문승근의 32주기 추모전이 되는 이번전시는 주요작품 80여점을 선별하여 구성하고, 활동 당시 발표되었던 일본인 평론가들의 비평글들을 번역하여 소개 한다. 또한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미공개 수채화 32점도 함께 공개함으로써 문승근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문승근은 병마 속에서도 1970년대 일본의 전위적․실험적 시대정신과 현대미술 비평의 문제를 견지하며 의욕적인 작품 활동을 펼쳤다. 거의 독학으로 미술계에 입문하여 독자적인 연구와 작품 활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일관된 제작원리와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문승근이 남긴 작품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작가적 기질과 재능이 뛰어났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의 꽃을 피우기 직전 안타깝게 떠나 별이 되어버린 작가 문승근이라는 존재를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한일 미술사 안에서 그가 남긴 예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문승근의 작품세계>

▲ 1968년 첫 개인에서의 문승근

어려서부터 신장병을 앓아왔던 문승근은 병마의 고통 속에서 유일한 삶의 위안이었던 미술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원동력이 되어 갓 20세 때인 1968년 미술계에 입문한다. 당시, 일본의 주요 전위그룹 중 하나였던 간사이 지역의 구타이미술협회(具體 美術協會)에 크게 자극받아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분위기에 심취한다.

데뷔 이듬해인 1969년에는 제5회 국제청년미술작가전에서 ‘미술출판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적 재능을 인정받는다. 당시 같은 전시에서 이우환은 ‘일본문화포럼상’을 수상하며 두 사람의 교류가 시작되기도 한다.

▲ 무제, 1970년대 후반, serigraph, 63.5×91.5cm,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하정웅컬렉션

1970년대 중반부터는 문승근 작품세계가 매우 견고해진 시기로서 단순 반복적 이미지의 집적을 통한 동일성과 차이의 개념, 규칙적 반복과 상반된 일회적 긴장감의 표출, 공간적 지속성과 시간적 단절의 개념 등을 전개해 나간다. 그 성과로 흐릿한 차창에 일획의 붓터치를 가미한 거리풍경의 작품 “무제"로 1977년 제1회 일본 <현대판화 대상전>에서 ‘알슈리부상’을 수상하며, 독창적 예술세계를 인정받는다.

▲ 활자구, 1974, lead, Φ9.5cm,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하정웅컬렉션
문승근의 대표작품으로는 구체에 7,600여개의 활자를 박아 넣어 제작한 “활자구”와 그 활자구에 잉크를 묻혀 굴려서 찍어낸 작품 “무궁시”, 인화지 위에 현상액을 묻힌 붓으로 속도감 있게 일획 그어 내는 기법으로 제작한 “거리풍경”, 규칙적으로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수채화와 유화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그것이 어떤 재료를 사용했든지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점을 찍고, 선을 긋고, 파고, 굴린 흔적들로서 직물의 무늬를 연상시킨다. 상하좌우, 시작과 끝의 구분이 묘연한 그의 회화작품은 시공간과 사유의 무한성을 느끼게 한다.

▲ 무제, 1980, 수채화, 58×76.5cm,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하정웅컬렉션
이렇듯 문승근 작품의 특징은 행위의 반복을 통한 자기 확인, 단순한 반복의 집적을 통한 깊은 울림과 무한성의 추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의 저변에는 디아스포라로서의 자기존재에 대한 확인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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