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유출' 또 일어날 수 있다…교육당국 관리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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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 유출' 또 일어날 수 있다…교육당국 관리 '허술'
  • 연합뉴스
  • 승인 2018.07.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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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험지 인쇄실 CCTV도 없어, 교육청 "학교 일" 뒷짐

일선 고등학교의 시험지 관리가 서류상 규정만 있을 뿐 현실은 매우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지 인쇄실을 이중 삼중으로 엄격하게 관리한다지만 말뿐이다.

인쇄실에 누가 드나들었고, 누가 복사나 인쇄를 했는지 감시하는 CCTV조차 상당수 학교에 설치돼 있지 않다.

복사나 인쇄를 언제 했는지 등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복사기 비치에도 대부분 학교가 관심이 없다.

학교 교육행정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들은 각 학교에 시험지 관리규정만 내려보낼 뿐 학교 인쇄실에 CCTV가 있는지 등 현장을 직접 살펴보지 않고 있다.

이같은 허술한 학교 현장 시험지 관리로 광주와 부산 같은 시험지 유출 사례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CCTV조차 없다…학교 시험지 관리 체계 '엉터리'

각 학교 시험지 인쇄나 복사는 대부분 교내 인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 인쇄실 내부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언제 누가 이곳을 드나들었고, 안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시험지 유출사건이 일어난 광주시의 경우 교육당국이 뒤늦게 각 학교 인쇄실 CCTV 설치 현황을 파악한 결과 51개 일반고교 중 절반이 훨씬 넘는 31개 고교 인쇄실 및 인쇄실 입구에 CCTV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도 인쇄실 CCTV가 설치된 학교는 전체 140여곳 중 50% 정도에 그쳤다.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한 광주시 고교의 경우 인쇄실 입구에 CCTV가 있어 행정실장이 인쇄실을 드나든 모습이 녹화됐다. 이를 토대로 조기에 범행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이 학교처럼 인쇄실 복도에라도 CCTV가 설치됐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광주시 내 절반이 넘는 학교에는 이마저도 없는 상황이다.

타 시·도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인쇄실 내부에 CCTV가 있는 학교는 거의 없고, 설치했더라도 입구를 비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인쇄실 직원이나 내부 교직원이 나쁜 마음만 품으면 시험지 한두 장 정도는 쉽게 빼낼 수 있고 복사물을 가방에 담거나 몸 안에 지니고 나가면 복도에 있는 CCTV에 찍히더라도 이를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북도교육청 한 장학사는 "일선 학교는 대입이나 국가고시와 같은 시험지 관리 시스템을 갖출 수 없다 보니 교직원이 시험지를 빼내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구조"라고 전했다.

▲ 사과하는 광주교육청

◇ "시험지 관리는 학교 일"…손 놓은 교육청

시험지 유출사건으로 드러난 시·도교육청들의 지휘·감독 실태는 학교 현장보다 더 한심한 수준이다.

시험지 출제·인쇄·보관에 관한 관리규정을 만들어 학교에 내려보내기는 했지만, 사실상 이것이 전부이다. 이마저도 없이 시험지 관리를 교사나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는 지역도 적지 않다.

부산교육청의 경우 "보안이 유지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출제 원안 파일에 암호를 걸며, 파지는 분쇄해야 한다는 정도만 있지 구체적인 시험지 관리 지침은 없다"고 말했다.

교육청들은 인쇄실 CCTV 설치 여부 파악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있다.

광주교육청은 시험지 유출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인쇄실 CCTV 설치에 대해 전수조사를 했고, 다른 시도교육청도 뒤늦게 부랴부랴 실태 파악에 나섰다.

특히 일선 학교들이 시험지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라도 현장 점검을 하는 시·도교육청은 아예 없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시험지 관리에 대해 지금까지는 기존 규정과 일선 학교를 믿고 전적으로 맡긴 측면이 강했다"며 "설마 하는 생각에 현장 점검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쇄실 내부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일부에서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인쇄실을 24시간 촬영하는 경우 이곳에서 근무하는 직원이나 다른 교직원의 인권 문제로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 소 잃은 외양간

◇ "소 잃은 외양간 제대로 고쳐야!"…사고 시 대응 매뉴얼도 필요

학교 시험지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각 지역 교육당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선 학교에 학업성적관리지침을 준수하도록 공문을 내려보내고 시험지 보안 규정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시했다.

또 학교 현장 전수조사, 시험지 관리실태 불시점검, CCTV 등 보안시설 지원, 방범창 설치 등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으로는 시험지 유출을 근본적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험 문제 출제는 물론 인쇄와 보관에 관여하는 교직원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통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시험지 유출 사고 발생 시 재시험 여부, 관련 학생에 대한 처리, 다른 학생들을 위한 피해 최소화 프로그램 등 일선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이런 사고가 나면 결국 피해는 애꿎은 다른 학생들이 보게 된다"며 "허둥지둥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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