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세부 문건' 철저한 수사로 실체 파헤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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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 세부 문건' 철저한 수사로 실체 파헤쳐라
  • 연합뉴스
  • 승인 2018.07.20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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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두고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선포 절차와 과정, 대책 등을 매우 세부적으로 다룬 계엄령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령 해제를 막을 국회대책, 언론 검열, 계엄군 배치계획 등이 상세히 담겼다. 문건은 합참 계엄과에서 통상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 실무 편람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한다.

국방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해당 문건은 기무사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부 업무 세부계획 방안'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다.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개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 67쪽으로 구성된 이 문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계엄에 관한 내용이 매우 상세하게 적시돼 있다. 통상적인 계엄 검토 문건을 넘어선 수준이다. 문건은 계엄 성공을 위한 관건으로 신속한 계엄선포, 주요 목 장악 등 선제 조치를 꼽으며 계엄선포문과 포고문도 준비했다. 계엄사령관으로는 군 이동 권한이 있는 합창의장이 아니라 육군참모총장을 명시하고, 기무사를 통해 국정원을 장악해 통제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계엄 실행을 염두에 둔 듯한 내용은 더 있다. 당장 신문·방송·통신 등 개별 언론사에 요원을 파견하고 보도내용을 검열하는 세부계획이 눈에 띈다. 또 중요시설 494곳과 광화문,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로 편성된 계엄군을 야간에 전차, 장갑차를 이용해 신속히 투입하는 계획도 들어있다. 국회 장악 방안은 너무 구체적이다. 20대 여소야대 국회에 대비해 당시 여당(자유한국당) 의원을 계엄해제 표결에 불참토록 하고,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처벌하는 방식으로 의결정족수에 미달하게 한다는 대목에서는 의구심이 더 커진다.

청와대의 문건 공개는 예정에 없던 것이라고 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을 공개한 이유는 이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지난 16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함으로써 '특수단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특수단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기무사 계엄 문건과 관련해 나도는 각종 소문과 정치권 논란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워한다. 특수단은 계엄령과 관련해 이처럼 세부적인 내용을 담은 기무사 문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 이 문건이 과연 소문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 시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계엄령 실행을 염두에 두고 마련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실행을 목적으로 한 계획이었다면 누가 지시했는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낱낱이 파헤쳐 국민 앞에 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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