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근본 취지는 수익률 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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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근본 취지는 수익률 제고다
  • 연합뉴스
  • 승인 2018.07.3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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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내용의 스튜어드십코드(주주권 행사지침) 도입을 확정했다. 논란이 됐던 경영권 참여는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기금운영위원회(이하 기금위)가 의결한 특별 사안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자본시장법상 경영권 참여는 이사선임·해임 또는 직무정지, 정관이나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분할합병, 영업 양수도, 자산처분, 회사 해산 등에 실질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위는 30일 이런 내용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기금위는 지난 26일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보류한 스튜어드십코드를 확정하려 했지만, 노동·시민사회 측 위원들의 반대로 의결이 미뤄졌다. 이번에 제한적 경영 참여 주주권 행사를 허용한 것은 '연금 관치주의' 논란을 피하면서 반대 위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업 경영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상황이 일어나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제한적으로 경영 참여가 이루어진다며 남용 가능성을 차단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다. 국민연금은 올해 배당정책에 주주활동을 집중한다. 기업에 합리적 배당정책을 요구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에는 횡령이나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 사익 편취, 과다한 임원 보수 등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정하고 해당 기업과 비공개 대화를 요구한다. 이런 비공개 대화에서도 개선하지 않을 때는 기업 이름 공개, 공개서한 발송 등으로 주주활동에 나서고 관련 안건에 반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영권 참여 제한으로 과도한 경영간섭 논란은 줄었지만,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엄청나게 커질 게 확실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35조 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이 중 131조5천억 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7%가량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299개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국민연금이 이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후 주주권 행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자본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 주주권 행사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해야 하는 이유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의 근본 취지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노후자금을 잘 굴리는 것이다. 기업가치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기업에 주주권을 행사하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걸 방치하면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투자 결정을 맡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가 전문성은 물론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인사를 배제하고 민간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지만, 가입자 대표와 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위원을 임명하는 것은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과정에서 빚어진 '낙하산 인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연금 주인인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행동으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주주권 행사라는 미명하에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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