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망가진 전복양식장…완도 태풍피해 어민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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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망가진 전복양식장…완도 태풍피해 어민들 발동동
  • 연합뉴스
  • 승인 2018.08.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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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ha 전복양식장 찢기고 가라앉고…완도군수 현장 점검 나서
▲ 태풍피해 입은 어민 '허탈' 26일 오전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한 어민이 제19호 태풍 솔릭의 생채기를 당한 전복 양식장들을 살펴보다 주저앉아있다. 2018.8.23 (사진=연합뉴스)

"이 파도에 양식장 돌보겠다고 나섰다간 사람 죽소. 보험처리 절차나 빨리 이뤄졌으면…."

26일 오후 신우철 전남 완도군수가 사흘 전 제19호 태풍 솔릭의 상륙으로 큰 피해를 본 완도 소안도와 보길도를 찾았다.

두 섬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높은 너울성 파도로 출렁거렸다.

섬으로 향하는 행정선 밖으로 내다본 풍경은 평온했으나, 바다 위 전복양식장은 태풍이 남긴 생채기를 그대로 떠안았다.

소안도 인근 바다에는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태풍에 찢긴 가두리 양식장 그물을 손질하는 어민들로 빼곡했다.

피해 상황을 살펴보러 먼 길을 달려온 군수의 손을 양팔로 붙잡으며 어민들은 "군수님이 피해 보상과 복구를 도와주시오"라고 매달렸다.

사정은 보길도도 마찬가지였다.

보길도 서남쪽 통리해변은 남쪽에서 상륙하는 태풍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 얽히고 설킨 전복 양식장

마을 앞바다를 가득 메운 전복 가두리 양식장의 상당수가 태풍이 몰고 온 파도에 휩쓸려 바다 안으로 가라앉거나 해변으로 밀려가 형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양식장도 서로 얽히고설켜 부서지고, 찢겨 있었다.

남아 있는 양식장이라도 살려볼 마음으로 바다로 나온 어민은 양식장 위에 주저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바다 위 양식장에서는 보험 보상을 위한 보험 손해사정사의 현장 실사도 한창이었다.

현장실사가 마무리돼야 어민들은 양식장 복구에 나설 수 있어, 일부러 바다로 함께 나온 신우철 군수는 손해사정사 직원의 손을 잡고 "현장실사를 서둘러 주고, 상처 입은 전복 폐사까지 보험 보상에 포함해 달라"고 부탁했다.

▲ 태풍 피해 어민 만나는 신우철 완도군수

멀쩡해 보이는 양식장 내 전복들도 태풍에 부대낀 탓에 작은 상처를 입어 점차 죽어갈 형편이다.

전상수(60) 통리 어촌계장은 "태풍이 물러가고 복구를 서둘러야 하지만, 높은 파도 탓에 쉽지 않다"며 "큰 피해를 본 어민들은 보험처리 절차가 빨리 끝나야 복구에 착수할 수 있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 통리마을은 모래사장이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으나, 이번 태풍으로 주민들은 마을의 자랑거리를 잃었다.

고운 모래로 가득해야 할 해수욕장은 높은 파도로 떠밀려온 자갈로 덮였다.

태풍과 함께 뭍으로 올라온 양식장 어구들까지 가득 쌓여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주민들은 다시 금빛 모래사장으로 만들기 위해 이 많은 자갈과 어구를 치워야 할 딱한 처지다.

마을의 바닷길을 밝히던 등대도 태풍의 위력에 바다로 나가떨어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 태풍의 영향으로 자갈밭으로 변한 모래사장

완도는 이번 태풍으로 30ha, 약 1만여 칸 전복양식장이 직간접적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추산됐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예상보다 적은 피해지만, 어민들에게는 큰 시름을 안기는 피해다"며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보상과 조기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어민들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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