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까지 진출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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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까지 진출한 어린이집·유치원 원장
  • 연합뉴스
  • 승인 2018.10.23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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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이 해당 지역의 유지가 되어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과 유착돼있다는 의혹은 이미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학부모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으로서는 원장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원장들이 아예 직접 지방의원이 되어 각종 이권을 챙기는 경우가 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의원은 공공단체의 관리인을 겸할 수 없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지자체에서 경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공공단체로 분류된다. 엄연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들이 지방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원장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본인들의 뻔뻔한 태도도 문제지만, 지방의회에서 이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징계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는 한 원장은 현재 해당 지역 시의회 의원이다. 그는 시로부터 교사 수당 명목으로 매달 300만원가량을 지원받는다. 시의회는 이 원장에게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경고'처분을 내렸다. 이 원장은 학교법상 설립자를 바꿀 수도 없고 유치원 문을 닫을 수도 없다고 주장한다. 최대한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것으로 보인다.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한 도의회 의원은 도의회 의장이 사임을 권고하자 여러 사정을 들어 어린이집 대표직 변경이 어렵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아예 사임 권고에 응하지 않는 의원들도 있다.

지방의회 의원이 된 원장들은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시의원이 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차량 구입비 7천100만원을 시에서 지원받은 경우도 있었다.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명품백을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공립유치원의 학급 증설과 통학버스 예산 삭감안이 통과된 적이 있었다. 당시 민간 어린이집 이사장 출신의 교육위원이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쏟아졌고, 논란 끝에 결국 본회의에서 이 예산은 원상회복됐다. 공립유치원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의회가 사립유치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해도 할 말이 없다.

지방의회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원장을 겸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이다. 게다가 지방의회마다 징계 수위가 차이가 난다. 어떤 의회는 해당 의원에 '경고'를, 또 다른 의회는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내린다. 두 가지 모두 경징계 수준이다. 아예 징계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의회도 있다. 이들 의원은 유권자인 학부모를 등에 업고 각종 선거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어린이집 연합회나 사립유치원 연합회의 지원을 받고 있어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를 이끌고 집회도 주도한다. 의회에서도 이미 '권력'으로 자리 잡아 통제가 어렵다. 지자체 예산을 심의하고 편성하는 권한을 가진 의원이다 보니 지자체에서도 제대로 견제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25일 사립유치원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신고센터에도 신고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이때 지방의회도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 동료의원들에 대한 온정주의에 치우칠 때가 아니다. 겸직을 금지하는 법에 따라 어린이집ㆍ유치원 원장을 하든 의원을 하든 하나를 택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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