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건축물 면(面) 단위 보존, 도시재생 견인차 될까
상태바
근대건축물 면(面) 단위 보존, 도시재생 견인차 될까
  • 연합뉴스
  • 승인 2018.12.04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 구도심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 후 변신 주목
내년 예산 110억 투입…"지가 상승·과도한 상업화 경계해야"
▲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등록문화재 제718호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남은 일본 건축물.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길쭉한 형태다. (사진=연합뉴스)

목포는 일제강점기 한때 전국 6대 도시였다. 1897년 개항 이후 한반도 서남부 거점이자 항구도시로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당시 목포 도심은 유달산 동남쪽에 형성됐다. 지도를 보면 노적봉 아래 목포 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는 사적 제289호 '구 목포 일본영사관' 남쪽으로 격자형 도로가 조성됐다. 계획도시임을 알려주는 전형적 징표다.

갯벌을 매립해 만든 땅에는 곧게 뻗은 도로를 따라 일본식 건물이 들어섰다. 콘크리트나 벽돌로 쌓은 건축물은 전통적인 조선 도시와는 다른 경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목포에도 신도시가 생겼다. 목포역에서 동쪽으로 5㎞ 정도 떨어진 하당동과 전라남도청이 들어선 무안 남악신도시다. 고층 아파트와 편의시설이 밀집한 신도시로 주민들이 떠나면서 구도심은 생기를 잃었다.

지난달 28일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목포역에 도착한 뒤 식당을 찾으러 주변을 돌아다녔다. 각종 해산물 냄새가 코를 찔렀으나, 거리는 행인이 없어 적막했다.

원도심 공동화는 비단 목포만이 겪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목포에는 다른 도시에 없는 근대건축물이 많다. 일제강점기는 슬픈 역사이지만, 분명히 한국 근대사의 일부다.

▲ 목포 구도심 풍경 등록문화재 제718호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거리. 일제강점기 화신연쇄점으로 사용된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본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재청은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8월, 점(點)이 아닌 선(線)과 면(面) 단위로 문화재를 등록했다. 대상지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다.

등록문화재는 건설·제작·형성된 후 50년이 지났거나 50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긴급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건물이나 자료 중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문화재청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을 등록문화재 제718호로 고시하면서 "보존관리 효율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근대문화유산이 도시재생 핵심자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면적은 만호동과 유달동 일원 11만4천여㎡. 목포에는 본래 사적인 구 목포 일본영사관과 등록문화재 제29호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제30호 '구 목포 공립심상소학교', 전남기념물 제174호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이 있는데, 여기에 면 단위 등록문화재가 추가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근대역사문화공간을 정하면서 가치가 있는 일본식 건물 15개를 별도로 꼽아 문화재 제718-1∼15호로 등록했다.

▲ 목포 구 화신연쇄점 등록문화재 제718호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구 화신연쇄점' 내부. 다케우치(竹內)라는 상징이 붙은 금고가 남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월 29일 돌아본 근대역사문화공간은 도시재생 성패의 갈림길에 선 듯했다. 일부 건물은 관리가 되지 않아 황량하고 쓸쓸했으나, 변화의 바람이 부는 곳도 있었다.

목포문화원으로 이용하는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인근 구 화신연쇄점은 '김영자 화실'이라는 간판이 걸렸으나, 녹슨 셔터가 출입을 가로막았다.

모더니즘 건축기법을 적용한 외관이 돋보이는 화신연쇄점은 일제강점기에 동아부인상회와 함께 목포에서 가장 유명한 상업시설이었다.

하지만 뒷문으로 들어간 연쇄점 내부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잡동사니만 나뒹굴었다. 2층 계단 앞에는 '다케우치'(竹內)라는 글자가 붙은 검은색 육중한 금고가 흉물처럼 놓였다.

'조산소'(助産所) 간판이 있는 상가주택, 1922년 9월 준공한 구 목포 일본기독교회도 인적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 목포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등록문화재 제718호인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일제강점기 고급 요릿집이었고 여관으로 사용되다 지난 8월 게스트하우스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과 대각선 지점에 있는 구 목포부립병원 관사는 아기자기한 카페 '행복이 가득한 집'으로 변모했고, 구 동아부인상회 목포지점은 예술협동조합 나무숲이 사용한다.

동아부인상회 건너편에 지난 11월 9일 디자인 상점을 연 이준호 씨는 "누군가는 이 거리에 와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며 "3년 후에는 이곳에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성장은 일제강점기 고급 요릿집이었다가 여관으로 사용됐는데, 지난 8월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했다.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세련된 숙박시설로,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목포 근대건축물의 전형적 특징을 지녔다.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등록문화재 건축물은 외관 면적의 4분의 1 이상에 이르는 디자인, 색채, 재질을 변경할 때 관할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내부 개조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행복이 가득한 집'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은 외관은 그대로 두면서 내부를 대대적으로 보수해 건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사례다.

김용희 문화재청 사무관은 "내부 수리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은 없으나, 각각의 등록문화재가 보유한 핵심가치를 보존하도록 정책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등록 문화재 제29호인 구 호남은행 목포지점 전경. 1929년 건립됐으며, 목포에 남은 유일한 근대 금융계 건축물이다. 지금은 목포문화원으로 쓰인다. (사진=연합뉴스)

문화재청과 전라남도는 내년에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에 110억원을 투입해 건물 15곳을 매입하고, 일부 건물은 보수한다.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활성화 사업은 2023년까지로 예정됐는데, 2019년에는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춘다.

안형순 문화재청 근대문화재과장은 "등록문화재의 핵심은 보존이지만, 도시는 유기체이므로 콘텐츠를 넣어 활용해야 한다"며 "문화재를 공적으로 활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식 목포시장은 "목포에는 일제강점기 시가지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았다"며 "문화예술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구도심 재생의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학계 관계자는 "목포 구도심이 다시 활기를 띨지는 조금 지켜봐야 알 것"이라며 "급격한 지가 상승과 과도한 상업화, 원주민이 타지로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