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도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방탄소년단의 활약 등 설렘과 행복을 선사했던 일과 함께 사법농단,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전직 대통령 구속 등 당혹스러운 일들도 적지 않았다. 가슴을 치게 하는 안타까운 사건과 사고도 있었다. 김종필 전 총리, 영화배우 신성일처럼 우리 곁을 떠나간 이들도 있었다. 웃고, 울고, 분노하고, 행복했던 지난 1년을 사진으로 돌아봤다.
출발이 좋았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은 1월 24일(현지시각)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4강에 진출해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와 세련된 매너는 성적만큼이나 화제가 됐다.
서지현 검사는 1월 29일 JTBC 뉴스에 출연해 2010년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 보복 피해를 봤다고 폭로했다. 이를 시작으로 '미투 운동'이 한 해 동안 법조, 문화, 학교, 종교, 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했다.
2월, 매서운 추위 속에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참석으로 평화올림픽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월 22일 110억원대 뇌물수수,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에 이은 네 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이었다. 1심 재판부는 10월 5일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면서 2007년 불거져 10년 넘게 이어진 자동차부품회사 다스의 실소유 논란에 대해 '다스는 MB 것'이라고 답을 내렸다. 현재 2심이 진행중이다.
4월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월 27일 판문점에서 11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김 위원장의 제안에 이은 문 대통령의 '깜짝 월경', '도보다리 회담' 등 명장면이 속출했다. 두 정상은 5월 판문점, 9월 평양에서도 회담을 이어갔다.
5월에는 '라돈 공포'가 엄습했다. 5월 4일 대진침대의 침대에서 폐암 유발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침대뿐만 아니라 베개, 아파트, 마스크 등에서 라돈이 검출된 일부 제품들이 나타나 '라돈 포비아'는 지속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사법부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5월 31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다음 날인 6월 1일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거래 및 판사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사법농단 의혹은 검찰 수사로 넘어갔고 수사는 이전 사법부의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은 정규 3집으로 5월 27일 빌보드 메인 앨범차트 정상을 석권했고 9월 24일 한국가수 최초로 유엔 총회행사장에서 연설했다. 10월 9일에는 한국 뮤지션 중 최초로 아메리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K팝 역사에 남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6월 이뤄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4곳에서 승리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텃밭 2곳만 지키는 데 그쳐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풍운의 정치인' '영원한 2인자'로 불려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6월 23일 향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정치'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했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과 '저녁이 있는 삶'이 시작됐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은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진보정치 간판스타'였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7월 23일 투신 사망했다.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특검 소환 조사를 앞두고서였다. 그는 금전을 받았지만, 청탁과는 무관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많은 사람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8월 20∼26일 북한 금강산에서 두 차례 열렸다. 각각 헤어진 시점은 다르지만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기준으로 본다면 65년여 만의 한 맺힌 만남이었다.
잇단 대책에도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인상, 대출규제 등 강력한 대책을 담은 '9·13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서울 부동산거래가 끊기고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사법유치원 비리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0월 11일 전국 1천878개 사립유치원에 대한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년∼2017년 감사 결과를 밝히며 비리 유치원의 명단과 회계 부정을 공개했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분노했고 사립유치원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국 영화 역사와 발자취를 함께 한 '국민배우' 신성일이 11월 4일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고인은 차녀 수화 씨에게 마지막으로 "엄마한테 가서 참 수고했고, 고맙고, 미안했다고 해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부인 엄앵란 씨는 "저승에선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 구름 타고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면서 남편을 보냈다.
KTX 열차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12월 8일에는 강릉선 KTX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이전에 서울역에서 KTX 열차와 포클레인 충돌, 대구역 KTX 열차 고장 등 코레일 운영 철도 구간에서 무려 1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사고가 인재였고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퇴했지만, 철도에 대한 국민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2A호'가 12월 5일(현지시각 4일)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앞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 차세대 소형위성 1호 발사 등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올해 국내 우주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한해를 차분에게 마무리할 무렵, 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학생 10명이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났다가 숙소 펜션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3명이 숨지고 7명이 다친 참변이 발생했다. 사상자들은 힘들었던 입시 생활을 마치고 고교 시절 마지막 추억을 쌓기 위해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것이어서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