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잇단 '미투'…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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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잇단 '미투'…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 연합뉴스
  • 승인 2019.01.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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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에게 고교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와 전직 유도선수 신유용의 잇단 '미투' 외침이 새해 벽두부터 우리들 가슴을 저미게 한다. 며칠 전 '젊은빙상인연대'는 빙상계에 심 선수처럼 코치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6명이나 더 있다고 밝혔다. 이들 피해자가 모두 미성년 시절부터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했다는 공통 사실에 국민들이 더욱 분노한다.

체육계의 폭력과 성폭력은 스포츠 강국으로 꼽히는 우리의 부끄러운 이면이다. 이번에 미투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체육계 종사자들의 귀띔이다. 도제식 교육체제에 강압적인 합숙훈련을 밥 먹듯 하다 보니 지도자의 선수 폭행은 일상적 현상이라고 한다. 훈련할 때 신체접촉과 지도의 경계가 모호하고 입증하기도 어려워 코치의 선수 성추행도 다반사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들은 사욕을 채운 뒤 피해 선수들에게 '입 열면 선수 생명이 끝날 것'이라고 으레 위협한다. 선수가 용기를 내 피해를 신고해도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부는 은폐와 '솜방망이' 징계에 급급해 해당 선수만 따돌림 등 2차 피해를 본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체육계에 도제식 시스템이나 합숙훈련이 정착한 것은 우리 체육계가 성적 지상주의에 기반을 둔 엘리트 체육을 지향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권위주의 정권이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려고 체육계에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종용하다 보니 체육 현장에는 강압적 지도체제와 훈련방식이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이르게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의 종목을 평생 직업으로 여기게 돼 지도자의 폭행쯤은 감내해야 했다. 선수들의 이런 처절한 이면을 보지 못한 채 올림픽 때 금메달에 환호해온 우리도 체육계 내 각종 비행을 방조한 공범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을 지적하면서 "성적 향상을 위해, 국제대회 메달을 이유로 가해지는 어떠한 억압과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그동안 묵인해온 체육계의 그릇된 문화와 관행을 깰 것을 지시했다. 이에 정부는 단기적으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체육계에 숨겨진 폭행과 성폭행 피해사례를 모으고 중장기적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사후약방문격이지만 이번 만큼은 체육계의 강압적인 문화를 혁파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정부만 나선다고 체육계의 어두운 이면이 사라지진 않는다. 법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체육계 내부의 반성과 각성이 먼저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한체육회 등 체육계의 현 지도층이 바뀌는 세대교체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체육계 내에서조차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바뀌어야 체육계가 바뀐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여기에 국제대회에서 우승하거나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환호해온 우리들의 인식과 시각도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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