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화로 칼럼] 북한의 미래
상태바
[금화로 칼럼] 북한의 미래
  • 연합뉴스
  • 승인 2019.01.30 2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러 나라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관이나 기업 주재원에게 한국과 가장 닮은 나라가 어디냐고 물어보면 베트남이라고 답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베트남은 옛날 한자 문화권이었기 때문에 연장자를 공경하는 등 유교 정서가 강하다. 머리가 좋고, 부지런한 데다 여성의 생활력이 강한 것도 우리와 닮았다.

이웃 나라 중 일본은 식민통치 역사의 결과, 경험과 문화를 적지 않게 공유한 탓에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이 발견되지만 한일은 이질성 또한 강하다. 그래서 문화, 정서적으로 베트남이 유달리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베트남인들에게 정이 간다며 임기가 끝난 뒤 현지에서 사업을 하며 눌러앉거나 은퇴 후 베트남에 돌아가 정착하는 주재원들도 더러 보았다.

지난 연말 하노이에 갈 일이 있었다. 5~6년 만에 찾은 하노이는 공항부터 낯설었다. 인도차이나반도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나라는 태국인데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은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보다 규모는 작지만, 더 현대적이고 깔끔해 보였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연상시킬 정도로 잘 정돈돼 있었다. 공항을 넓히고 단장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쇄신)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후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인은 특히 지난 3~4년 동안 하노이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하노이 시내에는 방콕보다 고층 건물이 적지 않아 보였다. 방콕의 고층 건물들처럼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20~30층짜리 마천루가 즐비했다. 90년대 말 하노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창과 문이 제대로 달린 집을 보기 어려웠던 것과 비교하면 천지개벽이다. 베트남의 폭발하는 경제력을 보여준다.

하노이에 도착한 날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에서 10년 만에 우승했다. 하노이 시내는 승리를 자축하는 자동차 경적과 나팔 소리가 요란해 나그네를 잠 못 들게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광화문과 서울시청 광장을 메웠던 '붉은 악마'의 함성을 떠올리는 열정이었다.

▲ 거리로 뛰쳐나온 베트남 축구 팬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베트남 축구 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고 있다. 2018.12.16 [VN익스프레스 캡처]

동남아에는 축구에 열광하는 나라가 많다. 베트남도 그중 하나인데 축구 선수들의 발재간은 한국 선수들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축구 승리 앞에서 하노이 시민들이 새벽 동틀 때까지 가라앉히지 못하는 감격과 흥분은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후발국 국민의 도약을 향한 열망의 분출로 읽혔다. 베트남은 초강대국 미국과 전쟁해서 이긴 유일한 나라다. 그 때문에 국민 긍지가 유별나다. 강한 자존심도 한국인과 닮았다.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의지는 민족 자긍심의 이면일 것이다.

동북아 평화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2차 북미정상회담 장소가 베트남으로 결정될 것 같다고 한다. 베트남은 한반도와 인연이 깊다. 옛날부터 한반도와 베트남은 해로를 통해 교류했다는 연구가 있다. 두 나라 국민 사이에 닮은 점이 많은 것은 그런 교류 때문일 것이다. 우연이 아닌 것이다. 한국은 베트남에 투자한 국가 중 투자 규모가 1위다.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이 많아 두 나라는 사돈 국가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의 대표기업이다.

북미정상이 베트남에서 마주 앉는다면 반길 일이다. 베트남은 개혁개방, 대미 관계개선에서 북한의 '선배 국가'다. 미국과 철천지원수였지만 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했다. 그것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지원,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베트남은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 전략적 관계까지 맺고 있다. 개방으로 엄청난 경제·사회 변화를 겪으면서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행보를 하는 베트남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

베트남과 북한의 관계는 각별하다. 베트남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전인 1950년에 북한은 이미 베트남을 외교적으로 승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관계 정상화, 개혁개방, 한반도평화에 이를 수 있는 영감을 얻길 기대한다. 북한이 베트남에서 미래를 보기 원한다. 그래서 과감한 비핵화를 추진하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