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세계]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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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세계] "목격자가 있어. 자폐아야"…증인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9.02.15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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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은 잠시 접어두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 순호(정우성).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되자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의사소통이 어려운 지우.

순호는 사건 당일 목격한 것을 묻기 위해 지우를 찾아가지만,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우에게 다가가려 노력하는 순호,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지우에 대해 이해하게 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법정에서 변호사와 증인으로 마주해야 한다.

영화 '증인'은 유력한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 순호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증인'은 "나는 과연 '좋은 사람'일까." 이한 감독의 신작 '증인'은 고전적인 화두를 던지는 법정 영화다.

사람에 대한 믿음,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돌아보게 한다.

자폐증이 있는 여고생 지우는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피고인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는 지우의 증언을 통해 진실을 밝힌다.

이는 곧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여는 과정이다.

영화 '증인'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소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살인 재판'이다.

장애를 가진 주인공이 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서게 되고, 자신을 향한 편견을 이겨내며 제몫을 해내는 과정을 그려간다.

관건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라 믿게 하는 사실적 연기력을 가진 주인공과 그의 옆에서 관객들의 시점을 대변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평범한 주인공의 어울림이다.

영화 '증인'은 이를 잘 해낸 작품이다. 정우성과 김향기, 두 주인공의 선한 이미지는 이들이 가진 본래의 캐릭터와 맞아 떨어져 보는 이들의 몰입을 끌어냈으며, 합도 좋았다.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인간미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유머와 감동을 따뜻하게 풀어낼 줄 아는 이한 감독의 연출력도 돋보였다.

정우성이 연기한 순호는 한때 민변계 파이터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현실과 타협해 대형 로펌에 입사하게 된 인물이다.

그에게 기대감이 큰 로펌 대표는 "아직 때가 덜 묻었다"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때가 좀 묻어야 한다고 말한다.

로펌에서 순호에게 가장 처음 배당된 사건은 집주인의 살해 용의자로 재판을 받게 된 가정부의 무료변호다. 구치소에서 순호와 면담을 하게 된 가정부는 순박한 얼굴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순호는 사건을 목격한 유일한 증인인 지우를 찾아간다. 지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소녀로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의 앞집에 살고 있다.

하지만 지우도 지우의 어머니(장영란)도 낯선 순호를 경계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잘 알지 못하는 순호는 지우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지우의 병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다.

사실상 영화의 주인공은 순호다.

그는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나, 세상으로부터 은연 중에 변절할 것을 강요당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을 대변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소신을 지키며 살아가기도 어렵지만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으로 소수의 입장에 선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살아가기 쉽다.

지금까지 장애를 갖고 있는 증인을 만나보지 못한 순호는 지우와 만나고 그를 알아가게 되면서 세상의 편견을 뚫고 진실에 도달한다.

영화 '증인'은 일종의 성장담이다.

전혀 다른 소재와 주제를 그리지만, 이 같은 면에서는 이한 감독의 전작인 '완득이'을 떠올리게도 한다.

자신의 소신을 다시 붙잡게 되는 '좋은 사람' 순호와 편견을 뚫고 증인의 임무를 다하는 지우는 한 사건을 통해 함께 '동반 성장' 하게 된다.

특유의 '착함'이 이 작품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증인'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착한 사람들을 그려낸다.

주인공인 순호와 지우부터 시작해 살인 사건 담당 검사인 희중(이규형), 순호의 아버지 길재(박근형), 지우의 엄마 현정(장영란), 순호의 오랜 친구 수인(송윤아)까지. 세상을 살아가며 여러 국면에서 갈등과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선한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다.

잠깐 흔들리지만 올곧게 가야할 길을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는 않을 지언정 울림과 감동을 준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9분.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77374&mid=4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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