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후 대일교역 적자만 54년째…누적적자 700조원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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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교 후 대일교역 적자만 54년째…누적적자 700조원 넘어
  • 연합뉴스
  • 승인 2019.07.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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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술에 의존한 산업구조 취약성 탓…국산화·다각화로 풀어야"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지 50년이 넘도록 한국은 단 한 차례도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적자액이 700조원을 훌쩍 넘겼다.

그간 한국이 일본의 부품·소재 기술력에 기댄 채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등을 키워와 일본에 대한높은 의존도가 여전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6일 한국무역협회(KITA)와 관세청의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1965년부터 2018년까지 54년간 한국의 대일 무역적자 누적액은 총 6천46억달러(약 708조원)로 집계됐다.

한일 양국은 1965년 청구권 협정을 체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처음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당시 대일본 무역적자액은 1억3천만달러였다.

이후 한국의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적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1974년에는 12억4천만달러, 1994년에는 118억7천만달러로 뛰었다.

1998∼1999년 외환위기로 주춤하던 적자액은 2000년대 들어 다시 100억달러대를 회복했고 2010년에는 361억2천만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200억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대일본 무역적자액은 세계 각국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크다.

지난해 대상 국가별 무역수지 적자액을 비교한 결과 일본이 240억8천만달러로 가장 컸고, 사우디아라비아(223억8천만달러), 카타르(157억7천만달러), 쿠웨이트(115억4천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원유 수출국이다.

한-일 수출규제 반도체 '리지스트' [삼성전자 제공]
한-일 수출규제 반도체 '리지스트' [삼성전자 제공]

산유국도 아닌 국가인 일본과 교역에서 이처럼 유독 적자가 발생하는 데는 기술력 문제가 있다.

한국은 그간 소재·부품 기술력을 일본에 의존한 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몸집을 키워왔다.

지난해 품목별 무역수지를 따져 보면 원자로·보일러·기계류 수입으로 85억7천만달러의 적자가 발생했고 전기기기·녹음기·재생기에서 43억3천만달러, 광학기기·정밀기기 등에서는 35억7천만달러의 적자가 났다.

특히 반도체 디바이스, 전자집적회로 제조 기계, 전자기기 프로세서·컨트롤러 등이 무역적자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대부분 장시간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야 하는 부품·소재 제품으로, 공급 점유율도 압도적이다.

일본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선정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리지스트(감광액)는 전 세계 공급량의 90%가 일본산이다.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는 70%가 일본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가 흑자를 내는 품목은 광물성 연료(31억9천만달러), 천연진주·귀금속(5억6천만달러), 어류·갑각류(3억7천만달러) 등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분야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그간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해 경제성장을 해왔는데 지금까지도 여전히 일본의 기술에 의존하던 산업구조의 취약점이 드러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1970∼1980년대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2010년대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는 성과를 일부 냈지만,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0대 무역수지 적자국 [출처 = 관세청 수출입통계]
2018년 10대 무역수지 적자국 [출처 = 관세청 수출입통계]

한국이 만성적인 대일 무역적자에서 벗어날 방안은 결국 기술력 강화를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입선 다각화로 귀결된다.

이미 당·정·청은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에 매년 1조원씩 집중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규제 품목 3가지를 비롯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한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다각화는 일본 업계에서도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선례도 있다. 2010년 중국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으로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다.

당시 일본의 희토류 대중 의존도는 90%에 달했지만, 일본은 호주·베트남·카자흐스탄·인도 등지에서 희토류 개발권을 확보해 의존도를 50% 아래로 낮춘 바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이 대체 공급처를 찾게 되면 일본 부품 소재업계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본을 대체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자금을 투입해서 해결될 문제였다면 이전에 됐을 것"이라며 "인력이나 기술습득 문제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과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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