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국가 제외 '경제전쟁' 총력으로 필승해야
상태바
백색국가 제외 '경제전쟁' 총력으로 필승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9.08.03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십년간 협력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등 전면적인 대결을 벌이게 됐다. '한일 경제전쟁'으로 불릴 만큼 치열한 격돌이 전개될 전망이다. 일본이 2일 각의를 통해 한국을 백색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정부도 반나절이 지난 뒤 발표한 대응책에서 일본을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조치가 우려했던 대로 두 나라 간 경제전쟁으로 비화한 것이다. 일본의 보복조치 시작 이후 한 달여 간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일본 측에 대화를 촉구하고, 부당한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지만 일본 측은 이를 끝내 거부함에 따라 우리도 상응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결코 바라지 않던 일이지만 정부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밝혀 우리 측의 백색국가 제외조치를 예고했다. 아울러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큰소리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 "일본의 조치로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에서 어려움이 더해졌으나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 싸움에 임하는 결의도 다졌다. 또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준엄한 경고도 날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대로 우리가 원하지 않았고, 우리의 피해도 예상되는 싸움이지만 피할 수 없으니 결연히 임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략물자수출입고시를 통해 일본 등 29개국을 사용자포괄수출허가 대상인 '백색국가'로 지정해 포괄수출허가를 해주고 있다. 일본이 제외되면 앞으로 해당 품목 수출 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배제 조치로 전략물자 1천194개 중 159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이들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하고 세부적으로도 구분해 밀착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관세 등 세제지원도 따른다. 아울러 소재,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도록 단기 공급 안정화에도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국내에서는 대응 방향과 수위를 놓고 논쟁이 많았다. 어느 쪽의 의견이든 우리의 미래를 위한 우국충정의 심정에서 나온 해법으로 보인다. 우리는 강온 양면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한편 물러설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칙을 굽히지 않았다. 일본과의 양자협의에서는 수출규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미국 등 주요국에는 우리 입장을 전달하며 공조노력을 강화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효력을 보려면 시일이 오래 걸리거나 상대측이 거부하면 소용없는 것들이다. 결국 현 단계까지 왔고,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기업과 국민 모두 힘을 다해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내분이 있으면 전쟁에서 이기기 힘들다.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싸움이 끝난 뒤 따질 일이다.

비록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월등히 크긴 하지만 싸움을 덩치로만 하는 건 아니다. 특히 국가 간 경제전쟁이라면 덩치만 갖고 승부를 예측할 수는 없다. 전략을 잘 짜고, 전쟁에 임하는 이들이 힘을 모으면 큰 덩치도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다. 이날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는 0.95%, 코스닥 지수는 1.05% 하락했다. 일본의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2.11%, 토픽스(TOPIX) 지수는 2.16% 떨어졌다. 주가하락 폭만 보면 자본주의의 냉정한 도박사들이 우리가 약체가 아님을 확인해준 셈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은 장기전이 될 수 있다. 그 기간에 우리는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치밀하게 대응해서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