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 감동 드라마 연출한 세계 수영인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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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승리' 감동 드라마 연출한 세계 수영인들의 축제
  • 연합뉴스
  • 승인 2019.08.1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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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 폐막…문화·예술의 도시 광주 세계에 각인
지역경제 활성화·광주브랜드 제고·수영 활성화 전기 마련도
마스터즈 수영대회 뜨거운 열기15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5 (사진=연합뉴스)
마스터즈 수영대회 뜨거운 열기
15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시립국제수영장에서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5 (사진=연합뉴스)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가 14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하고 18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84개국에서 수영 동호회원 등 6천여명이 광주에 모여 수영을 매개로 우정을 나누고 화합을 다졌다.

2019년 여름 광주에서는 실력의 차이도, 나이와 성별의 차이도, 언어와 국가의 차이도, 그리고 장애로 인한 차이도 없었다.

단지 모두가 하나가 되고 승리한 진정한 축제만 있었을 뿐이다.

◇ '인간승리' 감동의 드라마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는 그야말로 한 편의 감동의 드라마였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수영'을 매개로 광주에 모여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위로하고 위로를 받았다.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으며 우정을 나누는 축제의 한마당이기도 했다.

장애를 극복하려는 이, 수영 여제의 37년 만의 복귀, 어느 입양아의 46년 만의 고국 방문, 93세 고령 참가자의 도전, 청각장애인의 도전, 91세 어르신의 노익장 등 수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고,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자폐 장애 1급인 이동현 씨의 사연은 모든 이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씨는 1천여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한 장애인으로 참가해 경영 자유형 100m, 접영 50m, 접영 100m에 출전했다.

이씨는 "기록과 순위를 다투겠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시합하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당차게 도전했다.

자신의 삶보다 아들의 인생을 함께 살아온 어머니 정순희(58) 씨는 "아들에게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멋진 역영의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하고 싶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장애인과 그 부모들에게 큰 용기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참가한 청각장애인 골드베르그 필과 로빈 형제의 도전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출발신호를 들을 수 없어 광학 출발신호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들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당당했다.

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었다. 보청기 없이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지만 5∼6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 한때 장애인 수영 독일 대표도 지냈다.

그런가 하면 70년대 중후반 한국 신기록을 무려 32차례나 경신하며 한국 여자수영의 간판으로 활약했던 최연숙(60) 씨가 37년 만에 깜짝 복귀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더 이상의 경쟁자가 없어 더 큰 곳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꿈이 이루어지지 않자 조기 은퇴를 선택한 그녀는 2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지금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토록 그리던 물로 되돌아와 감동을 안겼다.

6살 때 독일로 입양됐다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무려 46년 만에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한 라인들 심 미리암(52) 씨의 사연은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멋진연기 펼치는 스위스 팀10일 광주시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팀 프리 여자 25-34세 부문에 출전한 스위스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19.8.10 (사진=연합뉴스)
멋진연기 펼치는 스위스 팀
10일 광주시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 세계 마스터즈 수영선수권대회 아티스틱 수영 팀 프리 여자 25-34세 부문에 출전한 스위스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19.8.10 (사진=연합뉴스)

그녀는 "태어난 나라에서의 역영은 특별한 경험이었으며 특히 제 기록을 20초나 단축해 경기 결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입양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 가장 큰 감동은 고령의 참가자들이었다. 나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도전으로 박수를 받았다.

여자 자유형에 참가한 아마노 토시코(93·일본) 씨는 대회 최고령자였다. 비록 빠르지 않았고 다른 선수들과 격차는 크게 벌어졌지만, 자신만의 레이스를 펼쳐 터치패드를 찍었다.

남자 최고령이자 최다종목 출전자였던 불가리아에서 온 테네프 탄초(91)는 노익장의 정점이었다.

젊은 사람들도 쉽지 않은 다이빙에 나서는 등 무려 11개 종목을 신청해 도전을 이어갔다.

특히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무대 위에서 펼쳐진 가슴 찡한 사연과 도전, 그리고 무대 아래서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시민서포터즈, 운영 요원들의 헌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

◇ 남도 관광·체험, 풍성한 문화예술 공연

이번 마스터즈대회는 문화·예술의 도시 광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광주를 찾은 각국 선수단과 관광객들이 광주 곳곳을 돌아다니며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자연을 즐기며 광주의 맛과 멋, 흥에 흠뻑 빠지는가 하면 다채로운 공연·예술 무대는 광주 전역을 축제의 장으로 변모시켰다.

선수촌 웰컴센터에 마련된 관광상품 예약코너에는 연일 가족, 단체 단위로 관광상품을 예약하려는 참가선수와 관광객들로 붐빌 정도로 광주에는 '외국인 관광 붐'이 일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광주의 풍경과 문화예술을 둘러볼 수 있는 시티투어와 타쇼(TASHOW) 관광버스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마스터즈수영대회 기념 고싸움놀이1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2019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를 기념하는 고싸움놀이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1 [광주 남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마스터즈수영대회 기념 고싸움놀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2019 세계마스터즈수영대회를 기념하는 고싸움놀이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1 [광주 남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타쇼 관광버스는 무등산과 전통사찰을 둘러보고 한옥, 다도, 한복, 전통놀이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며 광주의 자연과 문화, 맛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일 1회 운영에 20여명을 모집함에도 매번 정원을 초과해 몰리며 인기가 높았다.

협력여행사들의 관광상품인 남해관광 3박 4일 패키지와 할리데이플래너스 9박 10일 단체패키지에도 하루 2∼3팀이 참여하며 남도의 맛과 멋을 즐겼다.

광주 시민의 관광 안내도 돋보인 대회였다.

나라별로 지원에 나선 시민서포터즈는 담당 나라는 물론이고 대회를 통해 알게 된 선수단에 광주의 따뜻한 정을 나눠줬다.

지난 6일 유럽 최북단에서 광주를 찾은 핀란드 선수들이 광주의 아름다운 거리를 보고 싶다는 요청에 시민서포터즈는 앞장서서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운림동의 야경을 안내하며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8일에는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선수단에 국립광주과학관을 소개하는 등 시민과 선수단은 함께 광주를 즐겼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광주의 전통문화에 흠뻑 빠졌다.

전통한옥과 다도, 한복, 전통놀이, 국악공연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전통문화관에는 매일 체험을 위해 찾아오는 외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월봉서원과 무양서원, 원효사 등에도 체험을 위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1일 열린 광주칠석고싸움놀이에는 많은 수의 외국인이 참가해 세계인이 함께하는 무형유산으로 거듭나기도 했다.

영국의 피터 쥬엘 선수는 "수영 동호인으로 활동하며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문화를 체험했지만 이번 광주에서 경험한 고싸움놀이는 무척이나 특별하고 유쾌한 경험이다"며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문화란 것이 참 인상 깊다"고 말했다.

또 대회 기간에 매일 광주공연마루에서 우리 예술의 진수를 담은 다양한 무대를 선사했던 광주국악상설공연은 외국인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호남 출신 대표 국악인 박애리 씨의 구수하고 재치 있는 판소리부터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 공연, 한국의 빛깔을 몸짓으로 빚어내는 김미숙 뿌리한국무용단의 부채춤·춤사위는 외국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마스터즈대회 개최 기념 축하 콘서트, 매주 토요일 열린 광주프린지페스티벌과 대인예술야시장, 맥주와 야시장·푸드트럭을 즐길 수 있는 2019 비어 페스트 광주 '일맥상통', 매일 저녁 남부대·선수촌·염주체육관·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 등에서 열린 다양한 공연 등 대회 기간 광주 전역은 축제의 현장이었다.

◇ 지역경제 활성화와 광주브랜드 제고

'물의 진동'1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물의 진동'을 주제로 기념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1 (사진=연합뉴스)
'물의 진동'
11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물의 진동'을 주제로 기념 세리머니가 펼쳐지고 있다. 2019.8.11 (사진=연합뉴스)

광주세계마스터즈수영선수권대회는 광주에 적잖은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비용을 참가자가 부담하고, 특히 참가자들이 경기 외에도 그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관광을 체험하는 마스터즈대회의 특성상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절대 작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들이 지불하는 참가비와 경기등록비, 숙박비 등 '마스터즈수영대회' 고정수익만 17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대회 조직위원회는 분석하고 있다.

참가한 선수와 코치 등 총 등록 인원은 총 5천672명이다.

이들은 한 사람당 5만∼8만원의 등록비를 내고 참가해 등록비로만 약 4억원의 수익이 창출됐다.

선수 한 명이 여러 종목에 걸쳐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 엔트리 숫자는 무려 1만700명에 달했다.

특히 경영 엔트리만 1천24팀에서 9천502명에 달했으며, 여기에 나머지 경기의 엔트리 등록비용까지 합하면 대략 3억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선수촌의 경우 약 1천200명 이상의 선수와 가족, 언론인들이 머물러 약 10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 밖에 경기장 내 마켓스트리트의 수익과 경기장 주변 상가는 물론 5천여 명의 선수와 코치, 가족 등이 선수촌 이외에 광주 숙박업소에 몰려 지역 상가와 숙박업소들도 특수를 누렸다.

특히 선수촌에 숙박하지 않은 선수와 가족들은 지역 내 호텔이나 모텔,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머물렀고, 주변 상가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 주변 요식업소들은 평소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시내 상권을 찾아 쇼핑과 관광을 하는 참가자들도 많아 이들이 광주에서 소비한 돈도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유무형의 광주 도시브랜드 제고 효과는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수익이라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을 통해 광주가 전 세계인들에게 회자되고 광주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할 때마다 광주에 대한 인지도 또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 마스터즈수영 활성화와 국제 스포츠 도시 발돋움

마스터즈대회의 또 다른 성과는 바로 마스터즈 수영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활성화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 한국은 100여개 팀에서 1천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하는 프랑스 수영 동호회원들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2019 세게마스터즈수영대회 경영에 참가한 프랑스 수영 동호회원들이 찾아와 헌화를 하고 있다. 2019.8.14 (사진=연합뉴스)
평화의 소녀상에 헌화하는 프랑스 수영 동호회원들
14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행사에서 2019 세게마스터즈수영대회 경영에 참가한 프랑스 수영 동호회원들이 찾아와 헌화를 하고 있다. 2019.8.14 (사진=연합뉴스)

이를 계기로 동호회 활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경영경기 외에 아티스틱수영, 오픈워터수영, 다이빙, 수구 등의 팀들도 출전하면서 비인기 종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건강의 운동으로 수영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된 점도 성과로 꼽힌다.

도린 티보즈 국제수영연맹 마스터즈위원장은 "수영은 남녀노소를 뛰어넘어 전 연령대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물속에서 무게를 느끼지 않고 부상의 염려가 전혀 없으며 유연함을 기를 수 있는 운동이다"며 수영 예찬론을 펼쳤다.

광주는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와 이번 세계수영선수권대회·마스터즈대회 개최를 통해 언제든지 대규모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역량을 갖춰 국제스포츠 도시로 발돋움했다.

특히 수송, 숙박, 식음료 분야는 물론 조직위원회 종사자, 운영 요원, 자원봉사자 역량이 커지는 등 두꺼운 인적 자원 육성이란 효과를 거뒀다.

실제 대회 기간 1천631명의 자원봉사자와 곳곳에서 활약한 운영 요원들은 사전 치밀한 교육과 준비로 빈틈없이 대회를 치러내 각국 수영 관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에드 이블리 전 국제수영연맹 마스터즈위원장은 "남부대 수영장 등 각종 시설과 인프라는 물론, 대회 운영도 매우 훌륭했다"며 "수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이 이번 대회를 계기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참가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나라의 열악한 수영 인프라 문제를 지적했다.

광주시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광주를 수영도시로 만들기 위해 엘리트 선수 육성, 수영 지도자 양성, 수영의 대중화, 생존 수영 확대 등을 위한 한국수영진흥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엘리트 수영과 마스터즈 수영 구분 없이 수영 스타 등용문이 될 수 있는 (가칭)광주수영선수권대회와 수영 동호인들을 위한 광주수영마스터즈대회 개최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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