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같은 어르신 굶길 순 없잖아요"…추석 잊은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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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같은 어르신 굶길 순 없잖아요"…추석 잊은 요양보호사
  • 연합뉴스
  • 승인 2019.09.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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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요양보호사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제가 쉬면 어르신이 굶으실 수밖에 없어요."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어르신들을 돌봐야 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 명절 연휴는 먼 나라 이야기다.

광주에서 9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황모(56·여)씨 역시 이번 추석에도 조촐한 차례만 지내기로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을 돌보고 있는 탓에 연휴 기간은 물론 추석 당일에도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친정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그에게 돌봄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부모님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황씨는 13일 "제가 가지 않으면 돌봄 어르신은 밥을 굶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명절인데 식사를 거르게 하는 것은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 어르신은 요양등급이 높아 정부에서 인정한 요양 시간이 충분해 시급이라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황씨는 요양등급이 낮아 연휴 기간 시급이 인정되지 않은 또 다른 돌봄 어르신의 경우 급여와 상관없이 돌봐드리기로 했다.

그는 "일은 힘들지만,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있다"며 "돌봄 어르신들이 처음보다 건강이 좋아지시면 그것이 보람"이라고 말했다.

2년 넘게 80살 넘은 할머니를 돌봐온 최모(56)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에 3번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할머니의 사정상 이번 명절 연휴도 할머니를 돌보면서 지내기로 했다.

퇴근 이후엔 가족을 위한 명절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등 맏며느리 역할도 해야 한다.

최씨는 "돌봄 어르신은 잘 챙기면서 정작 가족에게 잘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며 "소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분서주하는 어머니의 고된 모습에 자녀들은 못마땅해하지만, 최씨는 "어르신들이 부모님 같기도 하고, 정이 들면 가여워서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최씨가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면 자신을 포함한 다른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개선되는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큰돈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요양보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돼야 한다"며 "요양보호사를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가정부처럼 생각하는 인식도 개선할 수 있도록 보호자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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